[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긋지긋한 북한 생활에 염증을 느껴 목숨을 걸고 탈북했던 새터민들이 북한 국방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끈다.
탈북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대표 김영일)의 집행부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차 출국하기전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탈북단체는 경칭을 쓰면서도 ‘경애하는’ 등의 수식어는 붙이지 않았고, 북한이 가난한 이유가 세계 유일무이한 철권통치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에게 인권문제 해결을 요청한 뒤, “인민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에 솔직하게 상황을 얘기하고 협조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선친의 뜻을 받들어 북한을 통치하시느라 바쁘신 줄 압니다.
북한주민들은 위원장의 이름 앞에 ‘경애하는’, ‘위대한’ 등의 수식어를 반드시 붙여 부르지만 저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공포심에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겠지만 저는 자유로운 세상 사람입니다. 위원장께서 집권한지 2년이 넘었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기에 도저히 존경할 수가 없습니다.
같은 인간인데도 저와 같이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위원장이 계시는 나라의 사람들은 말도 함부로 못하고 여행도 못 다니며 심지어 음식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탈북자로써 한때는 제가 태어난 북한에서 위원장의 부친과 할아버지를 위해 목숨 바칠 것을 강요받으며 살았었죠.
그곳에 살고 있을 때에는 배고픈 이유가 ‘미국놈’들 때문 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밖에 나와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고 김일성 주석과, 고 김정일 위원장께서 만든 세계에 유일무이한 철권통치가 북한주민들을 가난하게 한다는 것을 두만강 넘어 타국에 와서 알았죠.
중국도 한때는 식량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굶주렸습니다. 1978년 등소평이라는 위대한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개혁-개방을 주도하고 더 이상 식량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그 경험을 위원장의 선친들에게 전수하여 함께 사회주의를 지키자고 하였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늘 ‘인민들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다’라고 하던 위원장의 선친들은 인민들을 통제하고 탄압하는 ‘수령독재’를 완성하였지만, ‘철천지 원쑤’라고 하던 미국인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제일 염려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고인이 된 선친들이 저지른 잘못을 어찌 모두 위원장이 책임져야 하겠습니까? 통치기간이 짧은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지금이라도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13년 12월 12일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부위원장이 처참하게 숙청당하였다는 소식이 온 세상에 전해지면서 국제사회는 다시 한 번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가까웠던 친척도 맥없이 처형당하는데 인민들의 생명은 더 위급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러는 것이죠.
결국 UN인권이사회가 만든 북한인권COI는 근 1년간의 노력 끝에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 내용은 위원장에도 전달되었으리라 봅니다. 놀라울 정도로 위원장이 계시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상세하게 기록된 보고서는 향후 국제사회가 북한인권문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위원장께서는 UN의 특별기구가 객관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공화국 말살 책동’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배격하였습니다.
더 이상 가릴 수 없는 진실 앞에 솔직해 지시는 것은 어떠한가요? 이미 26,000여명의 북한주민들이 한국에 와있습니다. 매년 1,500여명에서 3,000여명의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입국하고 있습니다. 중국 등 제3국에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하여 숨어살고 있을 것입니다.
위원장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인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면서 체제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늘 열려있습니다. 국제사회 앞에 솔직하게 상황을 이야기 하고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인민들에게 적어도 밥이라도 제공하면서 주체혁명을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2014년 3월
오늘도 체제 수호를 위해 바쁜 김정은 위원장에게 삼가 드립니다.
북한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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