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 104번지 ‘백사마을’
1970~80년대 우리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을 아십니까?
서울의 난곡ㆍ사당동ㆍ봉천동 등 달동네에 재건축ㆍ재개발로 하나둘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졌지만, 모든 서울의 달동네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마을과 함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은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5번 출구 앞에서 1143번이나 1221번 버스를 타고 중계본동 종점에서 내리면 70년대의 서울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백사마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76년 정부가 서울도심 개발을 위해 용산ㆍ청계천ㆍ남대문 등 판자촌에 살던 주민을 이주시키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된 백사마을은 불암산의 한 자락,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104에 위치해 백사마을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아스팔트가 움푹 파여 비포장도로를 연상케 하는 도로와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지 못하는 폭이 1m도 되지 않는 좁은 골목길,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집 가운데 천정이 무너진 집, 창문이 깨져 있는 집 등 사람이 살지 않는 집도 간간이 보입니다. 불과 100여m 아래 있는 아파트단지에 비하면 빈민촌과 다를 바 없는, ‘어떻게 이런 곳에…사람이 살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을 초입에는 대형 세단과 대형 외제차가 드문드문 돌아다닙니다.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현재 백사마을에는 1200여가옥에 3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대부분 60~80대의 노인입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길가에는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으나 최근 보기 힘든 연탄재와 빨래건조대 등 생활용품이 좁디 좁은 골목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사마을을 돌아보면 모든 주택 벽면에는 ‘거주’ ‘공가’나 ‘위험재난시설’ 등의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표시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바로 재개발입니다. 다른 달동네와 마찬가지로 현재 백사마을도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백사마을의 모습은 역사 속에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가 2000년대 들어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돼 2009년 5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백사마을 주택재개발구역 18만8899㎡ 중 약 23%인 4만2000㎡를 보존구역으로 설정해 60~70년대 집과 골목길, 계단길, 작은 마당 등을 살리는 방식으로 재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사업시행인가 등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2018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 재개발이구나.’ 대형 외제 세단 등장의 궁금증이 ‘재개발’, 이 한 단어로 해결되었습니다.
백사마을에서 40년가량 폐지 수집을 했다던 한 할머니. “재개발되면 우린 여기서 못 살아. 이제 우리는 갈 데가 없어. 그냥 우리가 살 수 있게 고쳐만 주면 좋을텐데…”라며 한숨을 쉬던 할머니의 뒷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글ㆍ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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