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국내자본시장 현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 간 치열한 싸움으로 한국 지본시장이 ‘투기자본의 놀이터’임이 다시한번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엘리엇간 전면전의 결과가 어찌됐든 국내 자본시장의 현실과 과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가운데 한국 자본시장은 적대적 인수합병 허용 등 완전 개방돼 있다”며 “이로인해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전무한 반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봉쇄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성장세와 견고함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과 유망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손쉬운 표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투기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 방법이 자사주 처분 밖에 없다. 이 역시도 국내 펀드시장의 볼륨 때문에 또다른 기업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KCC에게 매각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을 하루바삐 선진화시켜 안정적으로 자본조달 창구로 자리잡도록 해야 함은 물론 국내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해외 투기자본은 국내에서 활개 치는 반면, 국내 자본은 규제에 막혀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행동 반경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해외의 경우에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덕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많다보니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정도가 해외에 비해 강한 수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대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 안 될 정도로 형편없다”며 “장부가치만큼도 주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주주들이 불만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번 엘리엇 공격이 자본시장을 성숙시키는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 될 수도 있다”며 “이번 사례를 통해 대기업들이 주주친화적인 기업을 변신해 기업 스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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