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기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파리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복면가수들의 노래 대결이 인기를 얻자 해당 프로그램의 음원을 제공하는 벅스뮤직은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상처를 내는 스포일러를 공개했다.
지난 21일 오후 MBC ‘일밤-복면가왕’이 방송하기 전 음원사이트 벅스뮤직에는 이날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될 준결승전 출연자들의 복면을 미리 벗겼다.
자사 홈페이지 ‘복면가왕’ 게시판에 ‘복면가왕 12회-혼자서도 빛났던 정은지의 복면가왕 도전기!(풀영상 독점 무료공개)’라는 제목과 함께 에이핑크 정은지가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는 게시물을 올렸다. 정은지만이 아니었다. 벅스뮤직은 파송송 계란탁이 빅스의 켄이며,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나윤권임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방송에서 활약한 영상까지 선공개했다. ‘복면가왕’이 방송되는 도중 벌어진 일이다. MBC ‘복면가왕’은 복면을 쓴 채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스타들의 정체를 맞추고 그들의 복면을 벗겨내는 재미가 쏠쏠한 프로그램이다. 그 안에서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재발견되고, 이름 없는 가수들이 눈도장을 찍었다. 가수가 아닌데도 출중한 노래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혼을 빼놓는 경우도 많다.
방송 이후면 프로그램의 인기에 걸맞게 시청자들은 열혈 추리를 시작한다. 네티즌들의 수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빗겨나가는 적은 없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진행되는 방송 후 추리는 쌍방향 소통의 또 다른 창구로, 시청자 참여 형식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생겼다. 프로그램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놓인 음원 사이트의 ‘정답’ 공개와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프로그램의 방송 도중 무분별하게 노출한 벅스뮤직의 정답 공개는 결국 본방송의 산통을 다 깨버렸다. 벅스뮤직보다 한 발 늦었던 이날 ‘복면가왕’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6대 복면가왕 자리를 놓고 진행된 준결승전에 오른 네 사람은 벅스뮤직의 예고처럼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나윤권, ‘빙수야 팥빙수야’는 배우 현쥬니, ‘파송송 계란탁’은 빅스 켄,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는 정은지였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셌다.
‘복면가왕’ 게시판에는 “2주 연속 스포일러 유출, 장난합니까. 한 번은 실수라지만 두 번이면 고의다”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한 시청자는 “대체 벅스뮤직은 뭔가요? 스포를 자체적으로 하시나요. 클레오파트라가 ‘사랑 그 놈’ 부르고 정은지가 떨어진다. 역대 최다 득표자가 된다. 왜 이 시간에 전부 다 알아야 되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시청자의 글이 게재된 시간은 오후 6시 07분, 방송에서 결과가 공개되기 전이었다. 결국 제작진만 답답한 상황이 됐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민철기 PD는 “‘복면가왕’은 벅스뮤직과 독점 음원 제휴를 맺고 있어 영상과 음원을 미리 제공한다. 벅스뮤직을 통해 사전 고지된 것은 방송 도중 빚어진 일인데,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실무자의 실수였던 것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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