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리·박승희·김아랑·심석희·공상정 쇼트트랙 女3000m 계주 金 中에 4년만에 설욕…부진·파벌 논란 맘고생 딛고 미소찾은 태극낭자 모두가 울었다. 상처를 어르는 금메달이었다. 답답한 심정을 한방에 뚫어낸 반전의 메달이었다. 박승희(22ㆍ화성시청)ㆍ심석희(17ㆍ세화여고)ㆍ조해리(28ㆍ고양시청)ㆍ김아랑(19ㆍ전주제일고)ㆍ공상정(18ㆍ유봉여고)으로 꾸려진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 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마침내 2014 소치올림픽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접전 끝에 만들어낸 역전의 드라마였다.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심석희에게 마지막 두 바퀴가 달려 있었다. 중국의 리젠러우가 교체 순간 치고 나갔다. 마지막 주자 심석희는 대기 중이던 중국선수의 교묘한 진로 방해로 휘청였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4년 전의 기억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마지막 반 바퀴. 심석희가 아웃코스에서 혼신의 역주로 리젠러우를 추월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8년 만에 되찾은 금메달이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세월’ 같은 시간이었다. 악재는 겹쳐서 왔고, 부진은 끝없이 이어졌다.

동계올림픽 시작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지난 1월, 2년 전 선수를 성추행하려 했던 코치가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올림픽 직전 코치를 교체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대표팀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남자 선수들은 12년 만에 노메달의 위기에 처했다. 주력 종목인 1500m에서 신다운(21ㆍ서울시청)과 이한빈(26ㆍ성남시청)이 엉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도 이호석(28ㆍ고양시청)이 미국 선수와 충돌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신다운은 1000m 결승에 진출했지만 실격되고 말았다. 모두 빈손이었다.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라던 여자 대표팀도 금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해외 언론이 3관왕 후보로까지 꼽았던 심석희는 1500m 결승에서 중국의 저우양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에 그쳤고, 여자 500m 결승에 오른 박승희도 선두를 달리다 두 번이나 넘어지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무엇보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의 역풍이 가장 힘들었다. 안현수가 남자 1000m 금메달을 따내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 선수의 귀화가 부조리에 의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파벌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고, 대한빙상연맹은 감사 대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한국 대표팀과 빙상연맹을 ‘악’으로 치부하며 비난의 화살을 쏟았다. 10대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감내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처였다.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딴 금메달이었다. 선수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의 메달이었다. 4년 전 밴쿠버 때 강탈당한 금메달을 찾아온 듯한 통쾌한 승부였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국가대표였던 박승희는 경기 후 “4년 전 생각이 났다. 그때 함께 계주에 나섰던 김민정, 이은별 등 동료들이 많이 떠오른다. 같이 금메달을 빼앗겼는데, 지금의 기쁨도 함께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대표팀 막내 심석희는 “1500m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다”면서 “언니들이 제가 부담감을 덜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은 응원을 해줘서 자신감을 느끼면서 경기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