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운 총 300건이 넘는 올해 입법계획 중 정보보호 관련 법안은 단 1건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발생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태로 국민 불안이 증폭되는 것과 달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24개 부처는 ‘2014년도 법률안 국회 제출계획’에서 총 324건의 정부추진 법안을 지난달 29일 국회에 보고했다. 이 중 고객의 개인ㆍ신용정보 보호와 관련한 법률은 1건에 불과했다. 소관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보호조치 위반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마저도 국회 제출 시기가 올 9월 말까지로 돼 있어 실제 시행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유출 사고 가능성으로 방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느긋한’ 계획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올해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 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법 등 이번 사고와 무관한 8개 법률의 입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입법 형식으로 제ㆍ개정 필요가 있는 법률에 대한 내용과 추진일정 등을 연초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올 입법 계획을 밝힌 시점이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일어난지 시간이 꽤 경과된 후라는 점에서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달리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정보보호 관련 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 신용정보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금융지주회사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주민등록법 개정안 등 이날 현재 30건에 달하는 관련 법률이 제출돼 있다.
새누리당은 사업자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거나 정보유출 그 자체를 피해로 간주해 회사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등 기업의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법안을 주로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 중이다. 소비자가 집단소송을 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나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 의무를 명문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각 법안에서 명시한 대책이 중구난방이고 지엽적인 부분이 많아 실질적인 제도마련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자칫 졸속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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