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가 12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주식 감자는 불가피하다는 하림과 더 이상 주주들이 희생할 수는 없다는 소액주주들의 한판 표 대결로 하림이 그린 ‘한국판 카길’의 꿈의 향배가 결정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오는 12일 관계인 집회를 열고 팬오션이 제시한 변경회생계획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변경회생계획안은 회생채권의 약 83.02% 현금 변제 및 나머지 잔액 면제, 보통주 1.25주를 1주로 병합하는 등의 내용이 채권자와 주주의 희생을 필요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2150억원, 부채비율 220%대의 우량회사로 거듭난 팬오션이 헐값에 팔리고 감자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식 감자안이다. 법원은 주주들의 피해를 감안해 주주의 권리감축율을 20%로 조정하도록 중재했지만, 소액주주들은 감자 취소를 요구했다. 더불어 현금 변제율도 100%로 올리라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었다.
소액주주들은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팬오션을 인수할 신주의 주당 발행가액을 2500원에서 3100원으로 올리면 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하림이 지난 8일 팬오션 인수금액 1조79억5000만원을 전액 납입 완료함으로써 양측이 접점을 찾을 기회는 사라졌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은 인수금액이 너무 올라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다”며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12일 표 대결뿐. 변경회생계획안이 의결되려면 채권단 3분의2, 주주 의결권 총수의 2분의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채권단은 대부분 기관투자자여서 무난한 통과가 전망되지만, 주주의 경우 부결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의결권 행사를 위해 법원에 신고된 주식은 1억700만주다. 소액주주 모임은 이 가운데 4500만주의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공지해 놓은 상태다. 이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동참할 경우 안건이 부결될 수 있다.
하림 측은 “기업이 빨리 주인을 찾는 것이 좋고, 하림 인수 후 주가가 올라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우리 쪽에 찬성하는 소액주주들도 많다”며 가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하림은 안건이 부결될 경우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법원이 강제 인가를 내려주는 방안도 기대하고 있다. LIG건설과 동양건설산업도 변경회생계획안이 부결됐지만, 법원이 강제인가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강제인가는 가결 요건에서 얼마나 미달됐는지, 부동의한 관계자들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회생계획을 수행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아직은 강제인가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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