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시장에 나온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엔 ‘이름’이 있다. 물건이 잘 팔릴수록 사람들은 제품명을 기억한다. 쉴 새 없이 불린 그 이름은 자연스레 브랜드가 된다. 수백, 수천만, 수억명 소비자에게 다가와 ‘꽃’처럼 안긴 그 브랜드는 이를 만든 당사자에겐 황금 꽃다발이 된다. 막대한 자산을 일군 부호에게 브랜드가 곧 돈줄로 인식되는 이유다.
한 번 지으면 최소 수십년간 불리는 브랜드명도 그래서 아무렇게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미는 특별하다. 사업의 성격을 반영하는 건 기본이다. 시장에 내놓은 물건으로 ‘대박’ 터지길 바라는 간절함이 직ㆍ간접적으로 담긴다. 서비스나 제품의 본질을 그대로 녹여낸 이름도 있다.
▶잘 놀아라, 쭉∼=블록의 대명사가 된 레고(Lego)는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에서 유래했다. ‘재미있게 잘 놀다(play well)’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레고는 현재 세계 최대의 어린이 놀이왕국을 세웠다. 2009년 기준 지구촌 60억명이 레고 부품 또는 조각 62개씩을 갖고 있다. 브랜드파이낸스 연례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레고 브랜드가치는 4조700억원(미화 38억9000만달러)이다. 세계 완구브랜드 상위 25개 중 최고다.
이 ‘블록왕국’ 주인도 상당한 자산가다. 1932년 레고를 창립한 크리스티안센 가문은 지금껏 회사를 소유하며 직접 경영한다. 오너가족이 운영하는 지주회사 ‘키르크비(KIRKBI) A/S’ 지분은 75%다. 현재 레고를 이끌고 있는 상속자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의 개인자산도 10조1700억원(95억달러)에 달한다.
건담 프라모델로 유명한 일본의 반다이는 한자로 만대(萬代)다. 오랫동안 이어지리란 뜻이다. 그 의미에 걸맞게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은 1980년 출시 이래 30년간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 중이다. 이 회사의 여러 캐릭터 중 건프라 매출비중은 2014사업연도 기준 37%에 달한다. 그야말로 꾸준히 갖고 노는 아이템이 된 것.
반다이남코그룹을 이끄는 슈쿠오 이시카와 최고경영자(CEO)의 지난해 총보수는 13억4000만원(1억4800만엔)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업 브랜드가치는 총 1조1300억원(10억5900만달러)이다. 도쿄증시에 상장된 이 기업 시가총액도 1일 종가기준 5조860억원(5670억엔)에 달한다. △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공기원=사업의 번창과 성공을 바라는 의미로 지어진 브랜드명도 꽤 된다. 특히 아시아지역 부호의 기업에서 이런 특징이 엿보인다.
2일 현재(블룸버그 집계기준) 자산 49조2800억원(443억달러)인 아시아 최대 부자 왕젠린의 종합기업 이름은 ‘완다(萬達ㆍ만달)’다. 장수ㆍ풍요로움ㆍ번영의 뜻이다. 포브스 등 해외 언론은 “완다라는 이름은 큰 성공을 뜻한다”고 적었다. 실제 완다그룹 공식 소개자료도 “우리 기업의 비전은 첨단 기술을 한데 모아 오랫동안 성공하고 번영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한국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브랜드 ‘삼성(三星)’도 비슷한 맥락의 뜻을 담았다. 이는 1938년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대구에 삼성상회를 열면서 쓰기 시작했다. 이 창업주 자서전 ‘호암자전’에 따르면 삼성의 ‘삼(三)’은 큰 것ㆍ많은 것ㆍ강한 것을 뜻한다. ‘성(星ㆍ별)’은 밝고 높고 영원히 빛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큰 성공을 바라는 희망이 반영된 것. 시장조사업체 밀워드브라운이 집계해 지난달 발표한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24조300억원(216억200만달러)으로 세계 45위다.
브랜드 ‘성공’에 걸맞게 삼성을 이끄는 이건희 회장ㆍ이재용 부회장의 자산(2일 포브스 기준)도 각각 12조6800억원(114억달러), 9조9000억원(89억달러)으로 한국 1ㆍ3위에 올라있다. 이 부회장 자산은 지난 1개월여간 1조2200억원(11억달러) 증가했다.
일본 최대 게임업체 중 한 곳인 닌텐도 또한 마찬가지다. 1889년 전통화투를 만들며 출발한 이 회사의 브랜드명 ‘닌텐도(任天堂ㆍ임천당)’는 1963년부터 지금껏 쓰이고 있다. ‘임천당’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의미다. 운은 하늘에 맡기고 주어진 일에 전력을 다해 임한다는 뜻으로 성공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단 의지를 담았다.
그래서인지 닌텐도는 창업주 후손인 고 야마우치 히로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사업 다각화 대신 게임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2013년 사망 당시 그의 자산은 2조3300억원(21억달러)으로 집계됐다. 일본 13위다. 닌텐도의 브랜드가치도 2013년 기준 8조9000억원(80억달러)정도로 세계 63위 수준이다.
▶우리는 최고=어떤 부호들은 기업의 미래위상 또는 비전을 나타낸 브랜드를 즐겨쓰기도 한다. 코오롱이 그런 경우 중 하나다.
1968년 한국기업 최초의 영어사명이었던 코오롱(KOLON)은 ‘코리아ㆍ나일론’의 합성어다. 한국 최고의 섬유기업이 되자는 포부였다. 코오롱의 전신은 고 이원만 창업주와 이동찬 명예회장이 1957년 세운 한국 최초의 나일론 제조업체 ‘한국나이롱주식회사(현 코오롱 인더스트리㈜)다. 코오롱의 패션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이름값은 국내 패션브랜드 3위권 수준이다.
코오롱그룹을 맡고 있는 이웅열 회장의 자산도 상당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 그룹사 지분가치는 4월 말 현재 3670억원 이상이다. 올해 들어 2000억원가량 늘었다.
기아자동차의 기아(起亞)도 ‘아시아에서 우뚝 선다’는 뜻을 담았다. 기아는 포브스 기준 글로벌 올해 100대 브랜드에 포함됐다.
기아차를 이끄는 부호도 이 회사에서 많은 수입을 올렸다. 기아차 주식 706만주를 보유한 2대주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배당금 70여억원을 받았다. 이는 정 부회장이 받은 3개 상장사 배당금 총액(514억원가량)의 14%를 차지한다.
▶‘본질’에 충실(?)하라=서비스나 제품의 표면적 기능성에 중심을 둔 브랜드명도 있다.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이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2003년부터 ‘페이스매쉬(Facemash)’로 불리며 쓰이던 자신의 온라인판 ‘교내 기숙사 학생 연락처 모음집(house facebook)’ 이름을 2004년 페이스북(Facebook)으로 고쳤다. 말 그대로 얼굴사진이 실린 연락처 수첩이다.
실제 기본기능도 손색없이 만들어진 페이스북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밀워드 브라운이 매긴 페이스북의 브랜드가치는 올해 기준 79조1200억원(711억 2100만달러)이다. 작년(357억달러) 대비 갑절이 뛰었다. 저커버그의 자산도 39조2700억원(393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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