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최근 롯데그룹 내에서 가장 많이 화자되는 단어는 ‘C2’다.

얼핏 코드명처럼 보이는 ‘C2’는 오는 5월 개장하는 ‘제2 롯데월드’를 통칭해 가리키는 단어다. C2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C2를 바라보는 롯데의 속내는 복잡하다. 여기엔 최근 확 바뀌고 있는 롯데의 기업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자조(?)섞인 말들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최근 무한 내부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는 5월 개장하는 ‘제2 롯데월드’와 기존의 ‘롯데월드’다. 제2 롯데월드엔 국내 최대 명품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과 함께 롯데마트 등 그룹 내 유통 채널이 모두 입점한다. 문제는 불과 60여m 떨어진 기존 롯데월드에도 백화점(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마트(롯데마트 잠실점)가 모두 입점해 있다는 점이다. C1(기존 롯데월드)과 C2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C1과 C2에 입점하는 점포 모두 별도의 개별점포로 운영돼 같은 상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최근 들어 계열사별로, 혹은 각 사업 부문별로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점장에 정통 영업통인 정윤성 이사를 이미 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는 중국 베이징점과 텐진점 오픈을 진두지휘한 이력도 갖고 있다. 신규 점포 오픈 베테랑을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점장에 앉힘으로써 처음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조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개장으로 롯데백화점 잠실점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부산 본점 매출을 뛰어넘은 알짜 점포로 통하지만,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개장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이 명품 백화점이라고는 해도 고객층이 같은 만큼 카니발리제이션(간섭효과로 인한 시장잠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패션 상품군이 강한 잠실점 C1의 경우 상대적으로 명품 라인은 부족해 C2의 오픈으로 인해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직접적인 경쟁이 맞붙는 곳은 마트다. 백화점의 경우 명품과 일반 브랜드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마트는 사정이 다르다.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잠실점은 5000평 규모로 연간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 점포다. 하지만 300~400m 코앞에 3000평 규모의 C2점이 생기면서 한 상권을 놓고 두 개의 점포가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C1과 C2가 코앞에 있다고 해도 C1의 주력 상권이 잠실 일대인데 반해, C2는 사실 송파상권을 겨냥하고 있어 상권이 겹치지는 않는다”며 “오픈 초기엔 매출에 일시적인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쇼핑몰의 특성상 얼마 후엔 오히려 더 많은 집객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C1과 C2를 차별화 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5~6월께 새로 개시되는 맥주사업의 경우에도 벌써부터 롯데 내부에선 맥주와 소주 부문 간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맥주 청주공장의 연간 생산량이 5만㎘ (500만상자ㆍ1상자 500㎖ 20병)로 전체 맥주시장의 2.5~3%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마케팅 비용만 연 2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그룹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류 부문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롯데주류에서 맥주사업까지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향후 별도 사업부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개발을 놓고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 간에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룹 차원에서 롯데자산개발이 굵직굵직한 복합쇼핑몰 사업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자존심 싸움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롯데쇼핑이 롯데자산개발 지분 39.14%를 갖고 있어 최대주주지만, 향후 주력사업인 복합쇼핑몰사업을 롯데자산개발이 진두지휘할 뿐 아니라 롯데자산개발은 신동빈 회장의 직속으로 분류돼 그 힘이 막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경쟁 체제로의 전환은 최근 단행된 임원진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롯데는 올해 처음으로 그룹 차원에서 영업과 비영업의 교차 인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리스트’의 경력을 통해 내부경쟁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그룹 내에서 인물난에 대한 우려감이 나왔다”며 “인물난을 해소하기 위해 영업과 비영업 부문의 교차 인사를 통해 각 분야에 두루 등용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는 한편, 이들 간 내부경쟁을 통해 그룹의 문화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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