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감격시대에 밀려 수목극 중 시청률 최하위

힘 없는 이선균 판타지 없어 복고에도 감성 공명할 힘 약해

미스코리아서 건진 것은 괄목상대한 이연희 연기

수목극 중에서는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워낙 강해, KBS ‘감격시대’와 MBC ‘미스코리아’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 세 드라마 중 시청률이 최하위인 ‘미스코리아’는 IMF 한파가 몰아쳤던 1997년 겨울, 절박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의 생계형 로맨스다.

당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드물게 지상파 방송국에서 생중계를 해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벤트였다. 하지만 미스코리아라는 소재 자체는 여성들을 확 끌어당길만한 소재는 아니다. 미스코리아 하면 일반인이 다소 거부감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서숙향 작가가 ‘파스타’ 등 전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전쟁터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싸워나가는 모습들이 잘 투영돼 있다. 이 특수한 이벤트는 1990년대를 읽어내는 시대상으로서도 유효하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형준(이선균 분)은 학교 선후배들과 함께 ‘비비화장품’이라는 작은 화장품 회사를 창업했다. 신기술을 확보하고도 이름 없는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투자가 막혀 미스코리아를 배출해 투자를 유치하려고, 어릴 때 한동네에 살았던 담배 가게 아가씨 오지영(이연희)에게 미스코리아를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여상을 졸업한 오지영도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로 구조조정된 상태여서 의기투합하게 된다.

비비화장품은 당시 흔한 벤처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 이 회사 주변에는 ‘비비’에 돈을 빌려주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아내는, 조폭과 다를 바 없는 사채조직인 부활캐피탈과 비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정선생(이성민), 비비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잡아먹으려고 하는 기업 M&A 전문가 이윤(이기우)이라는 늑대 같은 기업사냥꾼이 있다. 이선균은 여기서 밀려난 ‘루저’다. 이는 당시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게다가 역대 미스코리아를 가장 많이 배출한 퀸미용실의 마애리 원장(이미숙)과 마 원장 밑에서 일하다 독립해 퀸미용실과 라이벌이 된 체리미용실 양춘자 원장(홍지민)과의 대결, 미스코리아를 자사모델로 가로채려는 비비의 라이벌 바다화장품의 김강식 이사(조상기) 등은 미스코리아 탄생과정에서 극성과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당시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연희(탤런트/영화배우)
수목극 중에서는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워낙 강해, KBS ‘감격시대’와 MBC ‘미스코리아’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 세 드라마 중 시청률이 최하위인 ‘미스코리아’는 IMF 한파가 몰아쳤던 1997년 겨울, 절박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의 생계형 로맨스다.
이연희(탤런트/영화배우) 수목극 중에서는 SBS ‘별에서 온 그대’가 워낙 강해, KBS ‘감격시대’와 MBC ‘미스코리아’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 세 드라마 중 시청률이 최하위인 ‘미스코리아’는 IMF 한파가 몰아쳤던 1997년 겨울, 절박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의 생계형 로맨스다.

능력과 학벌이 없는 20대 여성이 외모로 판단되는 미스코리아선발 대회에 출전해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시청률은 확보해주지는 못해도 의미가 있는 시도다. 전체적으로 그 시대상이 현재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건 다른 시사점을 주는 방식이건, 우리의 감성에 공명하는 힘이 약해진 것은 ‘미스코리아’가 대중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미스코리아’에서 건진 것 중 하나는 이연희의 연기다. 전작에서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곤 했던 이연희의 연기는 괄목상대할 만하다. 힘들고 배고픈 시기, 구멍가게 집의 딸이고 공부를 안해 무식하지만 하얀 살결의 ‘청순 글래머’와 ‘섹시미’를 두루 갖춘 이연희는 오지영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여기서 지영을 사랑하는 이선균 캐릭터가 여성들의 매력을 확 끌어주는 인물은 아니다. 이선균의 이미지는 ‘커피프린스’의 예술적이고 서정적인 남자 최한성에 이어 ‘파스타’에서 버럭하는 ‘셰프’로 폭발했다. 버럭댄다는 건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미스코리아’에서 이선균은 소리 지를 게 없다. 이선균은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도민준)과 정반대 캐릭터다. 김수현은 무엇이건 할 수 있지만, 이선균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리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판타지가 약한 게 흠이 되고 있다. 같은 시기를 다룬 ‘응답하라 1994’는 복고와 낭만의 정서를 내장하고 있지만 쓰레기(정우)가 수재 형 의사였고, 칠봉이(유연석)도 일본 프로야구에까지 진출했던 잘나가는 프로야구선수였다. ‘미스코리아’에서도 이선균에게 약간의 판타지가 감춰져있었다면 어땠을까?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