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허난(河南)성 푸양시 둥바이창(東白倉)촌에 가서 ‘장군부(將軍府)’을 물어보면 현지인은 가라오케클럽 옆의 비밀스런 금속대문을 가르킬 것이다.
밖에서 보면 평범해보이지만 주변 높은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호화별장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약 6600m²(약 2000평)의 대지에 3개의 정원과 2개의 화원, 1개의 분수대가 있다. 본관 계단 앞에는 백옥의 코끼리상 2개가 서있다.
옛 황궁의 건축양식을 본뜬 이 별장은 구쥔산(谷俊山)이 인민해방군 총후근부(總後勤部) 부부장(중장)직을 맡고있던 지난 2011년 완공됐다. 현지 집값으로 계산하면 이 별장은 수백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무장경찰이 이 별장을 조사했을때 3개의 순금 물건이 발견됐다. 순금의 마오쩌둥(毛澤東) 조각상, 순금으로 된 배 모형, 황금 세숫대야다. 여기에 고가의 마오타이(茅台)주 1만병도 쏟아졌다.
구쥔산 전 중장은 인민해방군 창군 이래 가장 심각한 비리사건의 주인공이다. 홍콩 언론들은 그의 부정축재액이 200억위안(약 3조54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군의 관계는 후진타오(胡錦濤) 등 이전 집권자들에 비해 돈독한 편이다.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군에서 잔뼈가 굵은 혁명원로였던 관계로 시 주석은 당의 원로와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시 주석은 중국을 세계강국으로 키우겠다는 자신의 통치이념인 ‘중궈멍(中國夢)’ 실현을 위해 군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는 취임 이후 중국 장성들에게 전투태세에 집중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군의 부패를 제거하는 것이다. 중·월전쟁이 끝난 1979년부터 지금까지 전쟁을 해보지 않은 중국군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단체이자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꼽힌다.
중국군의 부패는 뿌리가 깊다. 인민해방군은 홍군 시절부터 스스로 물자를 조달했던 관행이 있어 군 기업 등 대규모 영리사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군 기업 대부분이 국영기업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군부와 유착고리가 깊다. 중국군의 부패는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거의 공개되지 않고있다.
군 부패는 척결해야 사안이지만 최고권력자인 시 주석도 군은 통제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군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방대학 교수를 지냈던 류밍푸(劉明福) 대령은 “중국의 최대 적은 영토와 글로벌 영향력을 다투는 일본, 미국, 필리핀이 아니라 내부의 부패”라고 지적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구쥔산 사건으로 군부의 심각한 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시 주석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호랑이와 파리를 함께 잡는다”며 직급을 가리지 않고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선포한 만큼 군이라고 봐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칫 군부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WSJ은 “중국군의 심각한 부패가 시 주석과 군부의 돈독한 관계에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시 주석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시련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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