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경남기업 측과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직적 증거 인멸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정황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에 악재가 추가됐다.
뇌물 공여자가 사망해 과거 상황을 재연해야 하는 상황에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일로 수사 개시 8일째를 맞는 수사팀이 “귀인(貴人)을 기다리는 심정”, “열심히 성을 쌓고 있다” 는 말로 수사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도 작금의 수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를 찾고 있는 검찰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각종 의혹 속에서 국면을 뒤집을 반전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간부들에게 거액의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검찰은 조세ㆍ금융당국 고위 간부 4~5명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내역을 담은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 때 이뤄진 세무조사와 추징금 부과, 2009년 1월ㆍ2013년 10월 워크아웃 등을 전후로 관계 당국 간부들과 잇달아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지난해 3월 한 지방국세청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남기업은 한 차례 세무조사를 받은 뒤였고, 한 달여 뒤엔 약 9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성 전 회장이 세무당국에 ‘딜’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2008년 경남기업의 기부금은 54억여원으로 4년 전보다 4배 폭증한 것으로 집계돼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워크아웃과 적자에 허덕이던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19억8300만원, 25억5000여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검찰의 경남기업 본사 압수수색 이전에 경남기업 측이 이미 대부분의 증거를 삭제하면서 검찰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사내 CCTV 녹화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 상당 부분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녹화 자체가 안 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안팎에서는 경남기업이 지난달 18일 첫 본사 압수수색 직후 로비 관련 자료를 숨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시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이 자원외교 비리에 맞춰져 있던 것을 고려하면, 정ㆍ관계 로비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 서둘러 관련 증거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뒤에도 핵심 관계자들이 이번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아예 CCTV를 꺼둔 채 증거 자료를 건물 밖으로 빼돌렸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리스트의 실체를 규명한 결정적 ‘한 방’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검찰이 애를 먹고 있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이나 정치권 인사들을 부르는 데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은 객관적인 당시의 상황을 전해 줄 귀인의 등장이나 다양한 제보자를 기다린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수사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게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다”고 말했다.
증거 인멸이나 정황 은폐 등이 계속 이어지고 핵심 측근들의 말맞추기 정황 등으로 의혹이 확대되자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복원하기 위해 색다른 방법, 누구나 예측하기 어려운 수사 방법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주 중 성 전회장의 측근들을 차례로 불러 성 전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및 경남기업 측의 증거 인멸 정황 등에대해 확인할 방침이어서 이들의 진술에 따라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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