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 망령이 열도를 뒤덮고 있다. ‘군사대국화’의 본색을 드러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망언 릴레이가 정ㆍ관계는 물론 언론계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집단적 기억 상실증에 걸린 일본의 막가파식 우경화 행보에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69년 전 전쟁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아베는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것도 모자라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도록 집단적 자위권 행사범위를 넓히는 작업을 구체화하면서 동북아를 긴장 구도로 몰고가고 있다..
급기야 아베는 영토분쟁과 관련한 세뇌 교육까지 주문했다. 그는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독도와 센카쿠 열도가) 역사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것을 명확하게 써서 해외에서 아이들이 논쟁할 때도 확실히 일본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해 영국 소재 국제전략연구소의 크리스찬 레미에 연구원은 “일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미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했다.
▶끝나지 않는 日우익 망언 역사=일본 정치가 망언의 효시는 1953년 10월 한일회담 당시 일본측의 구보다 강이치로(久保田貫一郞) 수석 대표의 이른바 ‘구보다 망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일본은 조선에 36년동안 철도를 부설하고 항만을 건설했다”며 “한국이 36년 피해보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에 남겨두고 온 일본 재산 반환을 요구하겠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일본 극우세력의 망언이 극에 달한다. 니시무라 신고 일본유신회 중의원 의원은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거리고 있다. 오사카에서 만나는 한국인에게 (너는) 위안부라고 말해도 된다”고 말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종군간호부나 종군기자는 있지만 종군위안부는 없었다. 위안부가 있다고 해도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모미이 가쓰토(籾井勝人) NHK 신임 회장이 지난달 25일 취임식에서 “전쟁지역에는 어디나 위안부가 있었다”는 망언을 해 논란을 낳았다. 앞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당시 상황에서 위안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일본 우익의 왜곡된 역사인식은 이제 침략전쟁의 주범인 ‘천황’까지 부활시킨다. 지난 5일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長谷川三千子) 사이타마(埼玉)대 명예교수가 “일왕은 다시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확산됐다. 이는 이틀 전 하쿠타 나오키(百田尙樹) NHK 경영위원이 “난징(南京)대학살은 없었다”는 발언 직후 나와 일본 공영 방송의 공정성에 심각한 흠집을 남겼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고위 인사들이 이 같은 망언을 일삼는 것은 아베 총리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취임 전부터 우익 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 동원된 증거가 없다” “안중근은 한국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인물” 등 막말을 쏟아냈다. 지난달 말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전쟁 희생자 모두를 참배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전쟁 가능성을 시사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아베 내각 ‘右向右’=2012년 말 내각 출범 직후부터 ‘우향우’를 선언한 아베 총리는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26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한 데 이어 최근엔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화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며 동북아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한일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킨 바 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로 전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무력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에 가로막히자, 헌법 해석을 바꿔서라도 집단 자위권(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이 대신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겠다는 복안이다.
아베 총리는 5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태 지역의 안보 환경이 더욱 엄혹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정책적 선택지로 지니려면 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며 헌법 해석 변경과 관련 법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 신년사에서 개헌과 집단 자위권 확보를 강조한 지 4일 만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우경화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 카고시마(鹿児島) 현 미나큐슈(南九州) 시는 4일 제 2차 세계대전 때 ‘가미카제(神風)’로 불렸던 자살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편지 333점을 내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의 그릇된 역사관이 과거사 단순 부정을 넘어 미화까지 하려는 뻔뻔함으로 이어진 것이다.
천예선ㆍ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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