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은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요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올바른 정책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의 불신 속에서는 정착될 수 없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정부가 내놓은 기초연금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본 제도와 관련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기초연금제도에 대한 가감없는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 전문가 Q&A

▶ 권문일 교수(덕성여대) ▶ 김용하 교수(순천향대) ▶ 석재은 교수(한림대) ▶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국민연금연구원)

Q: 기초연금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과연 얼마만큼의 정책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즉, 노인 빈곤문제에 얼마만큼 기여를 하게 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A: 이용하 실장(국민연금연구원) -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영국, 캐나다, 일본 등)는 보편적 기초연금 혹은 비례연금(국민연금)과 함께 별도의 노인기초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초연금 등을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노후소득원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서 충분하게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별도의 노인기초보장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노후보장제도의 하나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적정 역할분담관계 속에서 빈곤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A: 권문일 교수(덕성여대) -빈곤노인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빈곤노인 1인당 평균적으로 약 15만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약 10만원이 높은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국민연금급여액에 연계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하에 따라 미래세대가 현세대보다 유리하고 기초연금액 산정 시 오직 국민연금 소득만 고려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저축을 유인함으로써 미래세대에게 안정적인 공적연금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러한 효과를 모두 성공적으로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Q: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에 대한 설명에 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성실하게 장기 납부할수록 오히려 이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와 관련해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역차별…’ 등을 놓고 有․不利 논란에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점에서 상호 입장차가 생기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석재은 교수(한림대) - 개개인의 유․불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는 그 속성상 개인적 유․불리 관점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제도 원리를 갖고 있다. 우리가 건강보험을 아픈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건강한 사람이 손해라고 보지 않는 것과 같다. 국민연금은 노후의 소득상실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조기사망자보다는 장수하는 노인들에게 유리하다. 또한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유리하며, 노인부양비 악화로 보험료 부담이 올라가는 미래 세대보다 현 세대 노인에게 유리하다. 이 모든 것이 사회보장 원리에 따른 것이므로, 유․불리를 따져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는 특성을 갖는다.

A: 김용하 교수(순천향대) -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측면을 보면, 이번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역차별이 아니냐 하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국민연금에는 기초연금 성격이 급여에 포함돼 있다. 예들 들면 50만 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연금액 중 본인이 불입한 연금보험료의 원리합계액에 해당하는 것은 절반도 되지 않고, 25만 원 이상의 세대간·세대내 소득 재분배 개념의 기초연금 상당액을 이미 받고 있다. 기초연금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어 공적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소액인 노인에게 지급되므로 가난한 어르신을 역차별 해 왔던 우리 노후 소득보장 체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안은 이점을 상당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Q: 기초연금제도라는 제도 하나가 개선됨으로 인해서 무려 연평균 4조원 가량의 추가적 예산이 들어가게 됩니다. 굉장히 파격적인 제도개선인데요, 일각에서는 그 이면의 재원 조달 문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A: 김용하 교수(순천향대) - 정부안은 재원조달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도 매년 평균 8조원내외의 예산이 소요되고, 2040경에는 매년 약 100조원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본 제도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단기적으로는 2014년 예산안 편성에서 보듯이 정부가 다른 정부예산과의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서 복지예산을 적극 편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어렵지만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초고령 사회에 따른 노인부양부담 증가로 당시의 청장년 세대의 세금부담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본 제도에서 재원을 함께 분담해야 하는 지방정부 재정의 취약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 권문일 교수(덕성여대) - 기초연금제도의 재원규모는 사회복지 지출을 주저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나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당국의 힘겨운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히 파격적인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제도 시행 전에 보다 면밀하면서도 체계적인 재원 동원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경제대국의 일원이라고 자랑하면서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의 노인빈곤율 45.1%라는 부끄러운 현실을 철저히 외면해온 과오를 털어버리고 세대 통합을 이룬,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한다고 한다면 국내총생산의 1%도 되지 않는 10조원의 재원은 결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는 기초연금 재원 활용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국민 설득을 통해 재원투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할 필요성이 있다.

Q: 기초연금제도의 바람직한 역할과 당면과제 및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석재은 교수(한림대) - 기초연금의 도입으로 비로소 기초노령연금시기의 모호한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나서 노인소득을 구성하는 하나의 독립적이고 보편적인 세대 간 부양을 담당하는 층으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가입자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의 기초연금적 성격의 급여와 함께 고려하여 기능적 기초연금층을 구성하여 관리될 것이다. 기초연금 수준은 세대 간 부양의 크기다. 세대 간 부양의 크기를 세대 간 합의에 의해 유연하게 조정해나갈 수 있는 독립적 제도층이 생긴 것은 급속한 고령화시기에 지속가능성을 구조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기초연금은 노인의 소득보장(빈곤완화)과 근로세대의 부담능력 고려라는 양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A: 이용하 실장(국민연금연구원) - 이번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보장의 주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고 이제 모든 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초연금으로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초연금의 방향성은 향후 국민연금의 발전 속도 내지 발전가능성(제도의 보편화 및 내실화 정도 등)에 크게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만약 국민연금이 잘 성숙해 충분히 잘 발전해 준다면 기초연금의 역할을 현재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국민연금이 현재 예상하는 바대로 부진한 발전을 면치 못한다면 기초연금의 역할을 늘어나는 노인인구 등의 노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오히려 더욱 확대(대상자범위 및 급여수준 등)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초연금을 빈곤계층에 목표를 두는 ‘부조제도’로 전환하는 등의 방향성은 우리나라 현실상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적절하지 않으며 그러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타 개인 의견]

* 석재은 교수(한림대) - 한국의 기초연금을 둘러싼 정쟁을 보면 얻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무엇보다 크게 잃은 것은 국민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은 국가를 중개 보증인으로 세대 간 부양계약을 맺는 특성을 갖고 있어 한 정권이 결코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한 세대를 넘어서 장기적 지속가능성이 매우 중요한 제도다. 이번 기초연금을 둘러싼 연금논쟁을 보면서 시민들이 연금제도 개혁논의에 직접 참여해 가장 합리적인 연금개혁 방향을 합의해 나갔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이 복지의 주체로서, 복지정책 결정의 참여자로서 역할을 한다면 연금을 비롯한 복지정책 개선방향에 대해 진정한 이해와 공감에 입각해 오히려 쉽게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용하 실장(국민연금연구원) -기초연금제도는 공적부조성격(자산조사, 지자체 관리, 대상자가 특정계층에 제한 등)이 강한 기초노령연금과 달리 이제 보편적 국민노후보장에 초점을 둔 연금제도로 재탄생한 것이다. 흔히 기초연금을 ‘빈곤완화 내지 축소’만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혼돈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보다는 ‘보편적 노후보장’의 목적이 더 강하다. 기초연금을 빈곤완화에 초점을 둔 제도로 성격을 규정한다면 진정 빈곤해소에 초점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그 기능이 중복되어 제도의 기능이 더욱 애매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빈곤해소 내지 완화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고유기능이지만,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보장이 그 고유기능으로 이해되어야 바람직하다.

* 권문일 교수(덕성여대) - 국민연금제도는 연금의 재정안정을 고려하여 2007년 급여수준을 40년 가입 평균소득자 기준 소득대체율 60%에서 40%로 대거 축소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제도는 적어도 장기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건전성 면에서 보면 현재로선 비교적 탄탄한 기반 위에 놓여 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연금개혁으로 인해 국민연금제도가 존재해야하는 근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빈곤 방지와 노후 적정소득보장이란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정부는 장래의 노후빈곤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 공공지출의 대폭적인 확대를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보편적 기초연금제도의 도입은 국민연금의 기능적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동시에 현세대 및 미래세대 노인들에게 거의 보편적으로 접근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고 세대 공존의 가치를 심어주는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김용하 교수(순천향대) - 기초연금 시행을 위한 행정적 준비를 미리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초연금의 지급대상이 기초노령연금의 지급대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고, 기존의 기초노령연금 지급을 위한 기본 인프라는 그대로 활용가능하기 때문에 기초연금법만 통과되면 시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하였던 사람 중에서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세심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초노령연금의 시행과정에서 지적되었던 문제들도 과감히 개선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기초연금의 관리운영도 국민연금공단이 명확히 하도록 해서 노후소득보장체계를 일원화 시켜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며, 지방정부의 기초연금 재정부담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리=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