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원전 부품 납품과 관련해 추악한 비리가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동시에 정부 정책이 얼마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머물러 있는지도 함께 증명되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자택 등에서 5만원권 6억여원이 발견된 송모(48)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이 현대중공업에서만 무려 10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번에 확인된 것만 이정도니 로비의 몸통 규모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이런 문화를 척결하겠다며 칼을 뽑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의지가 제대로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정부는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원전비리 관련 자진신고 및 내부고발제를 도입해 현재 시행 중이다. 매머드급 비리의 결정적 증거를 가져오면 최대 10억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접수 마감이 임박한 가운데 현재까지 들어온 자진신고는 다들 ‘잔챙이급’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에게 밥을 얻어먹었다든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들이다. 송 부장 같이 돈다발을 받은 일을 자진신고한 일은 없다. 당연하다.

상식적으로도 가만히 있으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로비 자금이 오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공명심에 10억원과 그 자리를 맞바꿀 리 만무하다. 심지어 한수원 내부에서는 부품 구매 관련 부서로 발령받기 위해 돈을 쓴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애당초 해당 정책도 구상 단계에서는 포상금이 최대 100억원까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해 10분의1 수준으로 수정된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자진신고자라 해도 억대의 돈을 줘가며 범죄 연루자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하지만 건당 최대 10억원을 들여 잔챙이 비리들을 잡기보다는 100억원을 들여 수천억원대 비리의 사슬을 끊는다면 향후 로비의 예방 효과까지 가져왔을 법하다. 이런 사정을 정부가 모를 리 없을 터다. 아마도 정책을 수립할 때 효율성보다는 국민의 눈치를 더 큰 가치로 두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