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4회> 감추어진 승부 18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주립터미널에 도착해야 파리까지 가는 마지막 TGV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도형철은 서둘러서 짐을 꾸렸다. 인민무력부 부부장 공지호와 곽승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은 아직 클럽하우스 사우나에 몸을 담그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성질 급한 제6사단장은 샤워를 끝내고 휴게소에 나와 앉아 있었다. 다행이었다.

“사단장 동지, 이걸 어찌 하면 좋갔소?”

“왜 그리 안색이 좋지 않습네까? 무슨 일 났소?”

“그거이… 말로 다 못할 사정이 생겼디요. 대가리 꼬랑지 잘라내고 내가 요점만 말씀드리갔습네다. 중차대한 개인사정이 생겨서리 당장 중국으로 가야 한단 말이오.”

“도형철 동무 혼자서 말입네까?”

“그래서 말씀인데… 한번만 도와주시라요. 공지호, 곽승철… 두 동무들을 이틀 밤 동안만 맡아주기요. 에미나이 동무들에게는 잘 설명해 놓았으니 서로 짝만 맺어주면 아무 탈 없을 겁네다.”

“짝을 맺어주라고 했습네까? 기럼… 도형철 동무가 빠지면 짝이 어긋나지 않소?”

“에미나이 동무가 모자라면 문제지만, 남아도는데 뭐이가 문제갔소?”

“남으니까 문제지요. ‘편편황조 자웅상의’라… 이런 고시조도 모르오? 훨훨 나는 꾀꼬리도 짝이 있는데 나는 어찌 짝이 없습네까 하고 에미나이가 물으면 내가 뭐라 대답하갔소?”

제6사단장은 어울리지도 않는 고시조를 들먹이며 난감해했다. 도형철이 먼저 중국으로 떠나면 홀로 남을 연예단 아가씨가 가여워서 어쩌겠냐는 식이었다. 악어의 눈물이라고나 할까? 곧 삼켜버릴 먹이가 불쌍해서 눈물을 흘려?

“그럼 내 짝으로 점찍었던 에미나이 동무도 사단장 동무께서 밤새워 위로해주시면 되지 않갔습네까?”

“내가 그렇게까지 애를 써야 하나? 뭐 까짓거… 도형철 동무와의 지난 우정을 생각해서 받아들이갔지만, 밤새워 이 방 저 방 드나들려면 녹초가 되갔소. 어쨌거나 도형철 동무 이름으로 예약된 방 쇳대를 내게 주시기요. 동무의 명예를 위해서 공지호, 곽승철 동무에게는 절대 비밀로 해주갔소.”

이런 세상에, 꿀물은 혼자 들이켜면서 생색을 내는 꼴이 여간 밉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재간이 없었으므로 도형철은 예약된 방 키를 제6사단장에게 건네주었다. 방 키마다 쌍쌍으로 맺어진 이름들이 적혀 있었는데… 제6사단장은 그중 두 개의 키를 뒷주머니에 따로 집어넣으며 짐짓 악수를 청했다.

“그럼 어서 떠나시라우요. 공지호, 곽승철 두 동무의 오락여흥은 내가 맡아서 잘 처리하갔습네다.”

“오늘 밤, 오락여흥도 중요하지만 내일 예약된 공알치기도 중요한데… 내가 빠지게 되어서 난감합네다.”

“걱정 마시라요. 내 생각에 내일은 공알을 칠 수 있을까도 의문입네다. 공지호, 곽승철 두 동무가 이름난 술고래 아니갔습네까? 게다가 어린 에미나이들과 밤샘을 할 테니 더 이상 말해 뭐하갔소?”

“그럼 이만 떠나보갔습네다. 밤새 너무 소란 피우지 마시기요. 자칫 소문이 당 중앙군사위원회로 퍼지면 아오지에 갈 수 있습네다.”

“어허! 자고로 ‘논인 어 색주지외’라 했습네다. 군자를 논할 때 술과 여자 문제는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디요. 허허허!”

제6사단장이 이토록 유식했던가? 도형철은 그에게 후일을 부탁하고 자리를 뜨면서도 영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공지호, 곽승철, 제 6사단장 모두 소문난 호색한들이었으므로 남아도는 연예단 아가씨를 놓고 혈전을 벌이지나 않을까 염려될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재간이 없었다. TGV 시간에 맞추려면 모든 걸 잊고 당장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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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