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속속 드러나는 美보안시스템 허점

미국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가 발발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보스턴 테러 용의자인 타메를란이 잠재적 테러리스트에 올라 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며 미 당국의 구멍 뚫린 보안시스템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누리꾼들에 의해 용의자로 지목된 브라운대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마녀 사냥이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예고된 테러, 허술한 대처가 참사 불러=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일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숨진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잠재적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인 TIDE(Terrorist Identities Datamart Environment)에 등재돼 있었다.

타메를란에 대한 상세한 내역이 TIDE에 기록된 것은 2011년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그가 ‘극단적인 이슬람조직의 추종자’라는 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TIDE에 등재된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54만명에 달하다 보니 미 정보당국이 일상적으로 그를 밀착 감시하지 못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2011년 이후에도 러시아 당국이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수차례 접촉해 타메를란에 대해 경고를 했으며, 차르나예프 형제가 다닌 이슬람사원(모스크) ‘보스턴 모스크 이슬람회’의 여러 신도가 테러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뉴욕 차량폭탄 테러와 같은 브랜드 폭죽=숨진 타메를란은 지난 2월 6일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뉴햄프셔 주 시브룩에 있는 ‘팬텀 파이어워크스’라는 폭죽제품 체인점에서 화약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폭탄테러를 감행하려 했다가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은 파이살 샤자드가 화약을 장만했던 곳도 ‘팬텀 파이어워크스’ 매장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타메를란은 당시 이 가게에서 가장 위력적인 폭죽을 요구했고, 여성 점원은 4개의 발사튜브와 24개의 탄환으로 이뤄진 ‘록 앤 로드’ 브랜드의 199.99달러짜리 제품을 소개했다. 제조사가 ‘거의 불법에 가깝다(barely legal)’고 홍보할 만큼 화력이 대단한 제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제품에는 약 3파운드(1.36㎏)의 화약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면 보스턴에서 터진 압력솥 폭탄 1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용량이다.

24일 수사 당국은 용의자들이 이 폭발물을 원격조정 장치로 근거리에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폭장치 기종이 어떤 것인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마녀 사냥 논란=보스턴 테러의 수사 과정에서 누리꾼들에 의해 테러 용의자로 지명됐던 브라운대 학생 서닐 트리파시(22)가 지난 23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프로비던스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아직 검시 등 의학적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사망자가 지난 3월 실종됐던 트리파시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트리파시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발생 직후 미국의 뉴스 공유사이트 ‘레딧(Reddit)’ 등에서 테러 용의자로 지목됐다. 사진 등 신상이 인터넷에 적나라하게 유포됐고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1면 등에 주요기사로 트리파시의 신원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수사 당국은 트리파시가 보스턴 테러 용의자가 아니라고 공식 확인했다. 테러 수사를 간접 지원했던 레딧의 총괄매니저 에릭 마틴은 “누리꾼 수사대가 보스턴 테러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마녀 사냥’을 저질렀다”며 사과했지만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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