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악화로 구매예산 삭감
거리에 내걸린 태극기가 ‘누렇다’. 그 무엇보다 깨끗하고, 선명해야할 태극기가 묵은 때를 안은 채 누렇게 떠 있다.
교체시기가 지났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계속 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서울시 영등포구의 태극기 구매 예산은 2010년 2100만원에서 2011년 1750만원, 2012년 1400만원으로 계속 줄었다. 올해는 1050만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350만원 깎였다. 3년 새 태극기 구매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광화문의 관할구인 종로구 역시 태극기 구매 예산이 줄었다. 예산은 그대로지만 태극기 구매 집행을 줄이는 경우도 많다. 금천구는 2010년 640만원을 태극기 구매에 사용했지만, 2011년에는 298만원, 작년에는 286만원만 사용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자치 재정의 악화로 태극기 구매 예산이 삭감됐다”며 “각 동사무소별로 매년 수요조사를 한 뒤 태극기 구매 예산을 짜며, 훼손되지 않은 태극기는 다시 쓴다”고 말했다.
행정안정부에 따르면 태극기는 때가 묻거나 구겨졌을 경우, 국기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세탁하거나 다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지자체들의 태극기 재활용 실태를 보면 심각하다. 누렇게 색깔이 변했거나 훼손된 태극기라 해도 그냥 게양하는 경우도 많다. 주름이 진 것은 예삿일이 됐고, 태극기의 가운데 태극문양을 거꾸로 다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20여년 태극기를 만들어 온 한 국기 제조업체 사장은 “5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며 “태극기에 대한 관심이 자꾸 떨어지는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