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사관학교 문여는 나병준 판타지오 대표
“후배 매니저들이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둔다. 박봉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목표가 혼란스러워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동기 부여가 안 되니 자기 설계가 잘 안 된다.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매니저의 존재감은 약한 것 같다.”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는 아직도 매니저를 가방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가방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고 계속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거다. 전문화된 시스템이 없다보니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매니저로서의 기본부터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했다.”
나 대표는 매니저 시절 맡은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모니터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현장의 카메라 뒤에서 무엇을 모니터링 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시절도 있었다.
“연기나 노래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떻게 배우와 아티스트를 파악할 수 있겠나. 우리가 그것을 알아야 하고 매니지먼트와 마케팅도 숙지해서 배우들에게도 가르쳐주면 왜 매니저와 배우가 파트너여야 하는지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다. 한류가 활성화된다고 영어만 잘한다고 매니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술과 전략 면에서 전문적으로 트레이닝 돼야 한다.”
나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 있었다. “저 배우(스타)가 회사를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계약기간은?”이라는 질문이었다.
“인맥이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체제가 안 돼 있어 톱스타가 나가게 될까봐 불안한 거다. 그러니 톱스타를 모시고 산다. 저 배우가 나가면 이젠 끝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판타지오의 가치가 그런 걸로 매겨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점에서 나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가수 양성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기획과 마케팅, 트레이닝 시스템이 잡혀 있으면 스타가 나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SM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한 건 이유가 있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 쪽에서도 동방신기 같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 같은 게 생긴다면 다들 부러워할 것이다. 우리 자체의 기술과 노력,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거니까. 이런 선례가 있다면 투자자들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다. 사장과 공장장이 출근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매니지먼트 시스템, 이것이 R&D 개념으로서의 매니저 양성기관이다. 오는 6월 대학로 소극장을 인수해 문을 여는 것도 R&D의 일환이다. 우리가 양성하는 신인 데뷔 무대이기도 하고, 좋은 신인을 발굴하려는 공간이기도 할 것이며 TV와는 다른, 팬들과 소통하는 또 다른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나 대표는 이미 신인 걸그룹 헬로비너스를 론칭시켜 지난 3년간의 R&D 결실을 테스트해 봤다. 이런 경험을 통해 R&D 방향을 수정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는 매니지먼트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 컨디션이 안 좋으면 곧바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만큼 뛰어난 매니저의 발굴은 중요하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