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의 해양공간을 전략적 가치에 따라 구역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왜 중국이 이어도 주변수역의 긴장을 유지하고자 하는지를 해양과학기지의 문제가 아닌 해양 전략의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의 부활은 축하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골치 아픈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특히 해양 영토 관련 문제는 심각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양국의 분쟁이 고조됐다. 외교적 채널을 통한 정치적 해결법은 양 국가의 위기관리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고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이 분쟁은 중ㆍ일 ‘해권(海權)’ 팽창의 일환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주변수역이 상시적 해양 분쟁 환경에 노출돼 결코 해양 전략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제안, 이어도 문제, 해양 경계 획정, 동해 명칭표기 등 지난해 한 해 바다에서는 끊임없이 긴장과 불안 요소가 쏟아졌다. 이런 논란들이 국가 현안이 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안들이 복합적 위협으로 발생할 여지마저 보인다. 분쟁을 전환시킬 만한 획기적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작 문제는 정부가 우리 바다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에 있다. 주변국과의 비교 수치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그동안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의례적 외교봉합 기조로 해결해 온 게 사실이다. 이는 내부적 불만의 연소(燃燒) 외에는 전혀 해결에 대한 대안 없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대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안을 객관적이고 거시적 해양 전략으로 승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바다를 물(水體)로만 보니, 해양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해양을 감각적인 ‘섬’과 ‘자원’으로만 정의를 내리니, 해양 정책은 항상 주변국의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렵지는 않다. 해양공간의 전략화와 정책적 실천의 문제다. 우선 한반도 주변의 해양공간을 전략적 가치(국방ㆍ자원 등)에 따라 구역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왜 중국이 이어도 주변수역의 긴장을 유지하고자 하는지를 해양과학기지의 문제가 아닌 해양 전략의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되, 해양경계획정은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해양조사를 통한 과학적 데이터 확보와 경제성 자원파악을 통한 최적의 해양관할권 확보 작업 또한 강화돼야 한다.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없이 우리의 관할해역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가능성은 없음을 주지하고, 범정부 차원의 상시 대응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양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과 국민 감정여론과의 솔직한 소통이 절실하다. 우리는 그동안 이슈화된 해양에만 주목해왔다. 이제 주변해역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장기적 해양 전략에 내성을 길러야 할 때다. 정부는 냉정한 해석과 판단의 객관화를 위한 전략적 사고를 실행해야 하고, 미디어는 극단적인 여론몰이를 경계해야 한다.

대륙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완충지대에서 안전한 ‘새장’의 지위를 원하는가. 해양수산부가 부활된 지금은 국가의 해양정책이 최소한 ‘점(點)’대응이 아닌 ‘전략적’ 대응으로 전환돼야 할 시점이다.

강정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