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택배대란’까지 불거졌던 불법 택배차량 문제에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택배업계를 중심으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 대책으로는 정작 합법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량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취지에 맞게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책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9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현재 추정되는 불법 자가용 화물차 1만5000여대(지난해 4월 기준) 중 절반 이상이 각 지역 대리점주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으로 추정된다. A업체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50~7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즉, 한 명의 대리점주가 통상 4~5대의 화물차량을 보유하고서 기사를 고용, 택배업체와 계약을 맺는 게 현 업계의 관행이다.

문제는 이번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불법 자가용 화물차 합법화 전환 대상이 개인 택배기사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대리점주가 4대의 불법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중 1대만 합법화가 가능한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합법 차량 증차가 핵심인데 정작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모가 한정돼 있다”며 “업계가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이유”라고 전했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지난 17일 택배 화물차 1만3500대를 신규 합법차량으로 허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택배대란’으로까지 비화됐던 택배업계의 불만을 수용한 조치이다. 정부가 합법 차량을 늘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차량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추진하려 하자 택배기사가 단체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반발했기 때문.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 시장 규모에 비해 정식 허가를 받은 합법 차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수용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는 합법화 대상을 개인 택배기사로 한정했다. 일선 택배기사가 아닌 기업에 특혜를 줘선 안 된다는 게 국토부 측의 이유이다.

택배업계는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B업체 관계자는 “불법 택배차량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리점주도 문제이지만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차량을 늘려주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매년 택배물량은 급성장하고 있는데, 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차량은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2억5000만 상자였던 택배 물량은 지난해 14억6000만 상자로 480% 급증했다.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이 급증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C업체 관계자는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불가피하게 불법 택배 차량도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국토부가 추산한 불법 차량 규모도 지난해 4월 기준이기 때문에 그 사이 이미 불법 차량이 또 크게 증가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정책과 현실 간의 간극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