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산업디자인과 김한송 씨, 뇌병변ㆍ청각장애 딛고 25일 졸업

-강의 내용 필기부터 시험 공부까지 함께 한 ‘단짝’ 장수형 씨도 함께 졸업

-장애 학생 수업 지원 봉사활동이 만든 인연…그들의 우정에 ‘장애’ 없어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물리학 교양수업에서 ‘상대성 이론’을 공부할 때 우리 둘 다 ‘멘붕’이었어요. 수업을 들어도 이해가 안돼서 며칠 동안 같이 머리 싸매고 공부했었죠.”

지난 22일 서울 창천동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한송(24ㆍ산업디자인학과) 씨와 장수형(24ㆍ교육학과) 씨는 두 사람이 처음 함께 들었던 지난 해 1학기 교양수업을 떠올렸다. 당시 수형 씨는 한송 씨의 ‘손’이자 ‘귀’였다. 강의 내용을 노트북을 이용해 빠르게 받아치고,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송 씨가 잘 이해 할수 있도록 설명도 했다. 시험 준비를 위해 함께 밤을 새며 공부도 했다.

‘유별난 우정’의 바탕엔 11년 가까이 장애를 앓아온 친구를 돕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한송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뇌를 다치면서 뇌병변 장애 3급과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한달 동안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극적으로 깨어났다.

아직 왼쪽 얼굴 등은 신경 마비 증세가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상대의 얼굴을 보며 대화는 가능하지만 전화 통화나 여러 사람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을 듣기는 어렵다.

사고 직 후 “다시는 꿈을 꿀 수 없다”며 좌절도 했다. 중ㆍ고교 시절엔 자신의 어려움을 주변에 털어놓지 못한 채 “들리면 들리는 대로, 안들리면 안들리는 대로” 살았다. 2007년 이화여대 디자인학부에 합격했을 때도 “과연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한송 씨가 만난 대학은 따뜻했다. 입학 직후부터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수업지원도우미 친구들을 만났다. 한 과목 당 한 명의 봉사자들이 배치됐다. 한 학기에 평균 여섯과목을 수강했으니 지난 6년 간의 대학 생활 동안 총 48명의 봉사자들이 한송 씨의 ‘손’과 ‘귀’가 된 셈이다.

수형 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장애 학생과 봉사자의 인연으로 만나 서로 꿈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수형 씨는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내가 무심코 한 말이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려움이 있음에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친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송 씨는 삼성SDS자회사인 IT컨설팅업체 ‘오픈 타이드 코리아’의 웹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로 채용돼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꿈은 “디자인을 통해 사람에게 감동을 전하고,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 수형 씨도 “배움의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는 사회를 바라며” 교육 행정가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샌가 꿈마저 닮아버린 두 친구, 25일 함께 학사모를 쓰는 두 동갑내기의 우정에 ‘장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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