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뒤 첫 번째로 설 명절을 맞았다. 그러나 올 춘제는 왠지 어둡고 무거워보인다.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물가와 집값은 뛰어오른다.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종말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탁탁 따따다다” 소리와 함께 오색불꽃이 뽀얀 연기를 내며 하늘로 올라간다. “팡 콰앙”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폭죽놀이가 올해 춘제(春節·설)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거리는 물론 아파트 입구, 심지어 베란다에서도 폭죽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진다. 베이징 왕징(望京)에 사는 한국인 이모(38) 씨는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는데 하필 바로 앞 공터가 폭죽 터트리는 장소가 됐다”면서 “밤새 뒤척이며 한숨도 못잤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올 춘제 폭죽놀이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시들해진 모습이다. 베이징 시정부 통계에 따르면 춘제 전 5일간 베이징에서 팔린 폭죽은 모두 26만상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41만상자에 비해 37%나 줄었다. 폭죽에 의한 화재나 부상자도 지난해에 비해 3분 1 안팎으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춘제가 되면 불티나게 팔리던 폭죽 판매량이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는 중국 중동부 지역을 뒤덮던 최악의 스모그 때문으로 폭죽놀이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성장둔화에다 집값과 물가가 상승하면서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데서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500년 이상을 내려온 중국의 춘제 폭죽문화도 빡빡해지는 경제와 불안한 사회상황을 맞아 이제 인기를 잃어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춘제날 타 본 헤이처(黑車) 기사의 말을 들어보면 실감이 난다. 헤이처는 승용차로 불법영업을 하는 세칭 ‘나라시 차’다. 30대 중반의 운전기사는 “갈수록 주머니 사정이 곤란해져 올해는 고향인 허난(河南)성에 가지 못했다”면서 “대신 남들 놀 때 돈을 벌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절이라고 평소에 10위안 받던 요금을 50%나 올린 15위안을 불렀다.
지난 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012년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세계 최대 무역국가로 등극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오는 2025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뉴스가 중국의 주요 포털에 전제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기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국가는 번영하지만 서민들은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10년 만에 발표한 중국의 지니계수는 0.474였다. 앞서 지난해 말 청두(成都)의 시난(西南)재경대학이 자체 조사한 지니계수는 0.61로 심각한 소득불균형을 보여줬다. 지니계수는 사회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수치가 0.4를 넘을 경우 사회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이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뒤 첫 번째로 설 명절을 맞았다. 그러나 올 춘제는 왠지 어둡고 무거워보인다.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물가와 집값은 뛰어오른다. 사회가 불안해지면서 종말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0여년의 고도성장으로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중국은 그 환희를 즐길 여유도 없이 난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폭죽놀이마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명절분위기로 떠들썩해야 할 마음이 왠지 뒤숭숭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