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품격 대변하는 ‘고위공직자의 삶’…영혼까지 벗겨낸다는 인사청문회, 그 검증의 바늘귀를 뚫을 公僕을 기다린다
靑 200여 항목 ‘자기검증진술서’ 1차관문 국세청·국정원 등 14개기관서 자료 검증 검소함·깨끗한 사생활 등 주요 체크리스트
자기검증표 미제출·위증시 법적제재 없어 임명권자 입맛이 제1조건…인사사고 빈발
추천→검증→보고 모두 靑에서 좌지우지 정권 무관한 독립된 인사위원회 설치 절실
공직(公職)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의 일을 맡아보는 직책이나 직무’다. 하지만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공적 업무를 보는 것, 그 이상의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자신의 이해관계보다는 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들에게 ‘공직자’라는 타이틀이 주어진다. 그리고 국민들의 눈높이는 존경받을 만한, 부끄러운 족적이 없는 이들을 공직자로 생각한다. 고위공직자의 삶은 한 국가와 사회의 ‘품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이 정도는 돼야”=현재 청와대는 일반인들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수준인 ‘자기검증진술서’를 통해 1차 인사검증을 거친다. ▷병역 ▷재산 형성 ▷학력 및 경력 ▷사생활 등 200여개 검증 항목이 체크리스트다. 고위공직자에 오를 만한 이들이 통과하기에는 바늘구멍같이 타이트한 기준이 녹아 있다.
사소한 생활습관도 검소함이 배어있어야 한다. 해외여행은 물론 여행 시 면세 쇼핑도 금물이다. 자녀를 특급호텔에서 결혼시켰다간 결격 사유다. 사치스러운 인물로 집중 포화를 받을 수 있다. 평소 자신의 소비 규모는 물론 배우자, 자녀까지 잘 관리해야 한다. 이혼과 재혼도 흠집이다. 이 모든 당위는 고위공직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1차 검증을 거치면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다. 후보자는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공해야 한다. 검증팀은 국세청ㆍ국정원ㆍ경찰청 등 14개 정부기관에 후보자에 관한 부동산 취득 납세 등과 관련한 30여종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그 결과를 모두 합쳐서 실무자들이 ‘적격’ ‘부적격’ 의견을 달아서 올리면 결정권자가 낙점을 하는 식이다.
▶체크리스트는 촘촘한데, 왜 인사사고가 발생할까=나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마다 ‘인사사고’는 단골이다. 위장전입, 부통산 투기, 논문표절 등 이유도 갖가지다.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에서 인사시스템대로 적용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고통치권자의 친소관계, 정치적인 역학관계 등 소위 ‘의중’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최고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검증하고, ‘적격’ 의견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그렇다 보니 200여개 항목의 자기검증표는 효력이 없다.
한 정치학자는 “우리나라는 반드시 자기검증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다. 거짓 증언을 했을 때 어떤 법적 제재도 없다”면서 “그나마 있는 인사검증시스템도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검증시스템은 시스템일 뿐, 결국 임명권자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사실상 내정자를 고려한 ‘맞춤형’ 인사검증을 벌인다는 뼈 있는 농담도 나돈다.
▶초등학교 짝꿍까지 찾아내는 미국=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사생활 검증이 지나치다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검증절차는 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미국은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춘 후보군이 추려져 (청문회에) 오르는 만큼 인성과 인간관계, 사생활은 집중 검증 대상이다. 여당 내 한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 짝꿍에게 어떤 친구였는지, 돈을 빌렸다가 1달러라도 떼먹은 적이 있는지 소소한 것까지 검증에 들어간다”면서 “미국이 우리나라 검증 강도의 100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공직자 후보를 대상으로 재산, 학력 등 233개 항목에 걸친 질문지를 받는다. 백악관 인사처와 FBI,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범죄, 납세 기록을 샅샅이 훑는다. 평판조회를 위해 과거 7년 동안 거주지에서 알고 지낸 이웃의 인적 사항까지 제출받는다. 사전 검증 기간만 4개월에 달한다. 어렵게 청문회장에 서더라도 “기억이 안 난다” 식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면 의회 모독죄로 사법처리까지 할 수 있다.
▶개선책은 없을까=학계에서는 꾸준히 독립된 인사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한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는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을 교육시키고, 인사자료를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추천→검증→보고까지 모두 한 기구에서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추천은 청와대에서 하되 검증과 보고는 청와대 밖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 교체기의 인사 혼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국은 법에 대통령직인수위와 현 정권이 반드시 인사협력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정해져 있다. 예컨대 부시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 인수위와 함께 인사검증하는 구조를 통해 정권교체 시 인사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식이다.
조민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