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의사 A(34) 씨와 군의관 B(31) 씨는 지난해 12월 SNS를 통해 알게된 여성 C 씨를 A 씨 집으로 초대했다. 이윽고 벌어진 술자리에서 정신을 잃은 C 씨는 그 날 새벽 A 씨 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경찰에 고소하면서 A 씨가 졸피뎀이라는 약을 술에 섞어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 씨 등을 특수강간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경기분당경찰서는 면접을 보러온 여성에게 졸피뎀을 탄 커피를 건네고 성폭행한 D(43) 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C 씨 주장의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최근 수면유도제로 처방되는 졸피뎀(졸피뎀타르타르산염)이 성폭행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졸피뎀을 술에 타거나 과다하게 복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환각작용을 이용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졸피뎀을 최면 진정제로 분류한다. 작용발현이 빠르고 약효 지속시간이 다른 수면제에 비해 매우 짧은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졸피뎀은 짧은 지속시간으로 인해 뇌의 기능 중 사고능력과 기억력, 판단력 등의 영역은 잠든 채 나머지 기능이 먼저 깰 수 있다. 졸피뎀이 사용된 의약품에는 ‘기억상실증 및 기타 신경ㆍ정신 증상들이 예측할 수 없게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사항이 명시돼있다. 술과 함께 권장용량을 초과해 복용하면 부작용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강력한 환각제로 사용되는 졸피뎀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다. 의사처방 없이 판매되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수입 졸피뎀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병원에서도 불면증 환자에게 특별한 검사 없이 수개월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마취과전문의는 “프로포폴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관리대책이 만들어진 것처럼 의약품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졸피뎀 등 일부약품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적 규제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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