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국제 투기자본(핫머니)을 규제하기 위해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일명 토빈세에 대해 오랜동안 신중에 신중을 기해온 정부의 태도가 돌연 ‘전향적 검토’로 급선회됐다.

정부의 이같은 ‘변심’에는 미국ㆍEUㆍ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원화가치 급상승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1차적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면엔 향후 복지 등에 소요될 중장기 재원의 마련 창구를 해외에서 찾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거래액 0.01% 징수시 2조 확보=통상 우리나라의 외환거래 규모를 감안할 때 0.01% 외환거래세를 부과하면 2조원 안팎의 추가 세수가 확보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실제 도입까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시행이 되기만 하면 세입 규모 확대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목이 타는 가운데, 토빈세 도입은 이를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토빈세 도입과 세수 확보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가 열악한 재정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금융거래세는 다른 세목에 비해 징세비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며 “비용 효율적인 과세를 통해 재정적자 완화 및 복지 지출을 위한 새로운 세원(稅源)으로 활용 가능하며, 경제성장 및 고용촉진을 위한 재정지출의 재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경우 금융거래에 대한 징세비용이 타 세목 평균 비용의 8% 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평시에는 영세율(zero tax rate)을 적용, 징세하지 않고 비상시에만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유가증권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토빈세 도입시 징세 범위가 채권과 일부 투기성 외환거래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EU도 하는데…”=또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이 토빈세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토빈세 특성상 국가간 이뤄지는 거래에 매겨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발빠르게 도입을 검토하지 않을 경우 역(逆)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스위스는 주식에 대해 0.15%의 세율로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해외주식과 신규발행 주식에 대해선 각각 0.3%와 1%씩 과세하고 있다. 거래세로 인한 세수가 2007년 기준 19억 스위스프랑(약 2조2000억원)에 이르며 이는 GDP(국내총생산)의 0.37% 수준이다.

토빈세 도입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거래비용 증가가 유동성 감소를 가져와 시장 효율성을 낮출 수 있고, 거래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세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러한 이론적 가능성은 대상 거래에 대한 배타적 권리의 보유 여부, 보다 친숙한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선호 등의 이유로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아시아 다른 나라들은…=일본은 파생상품에 대해 1998년까지 0.001%(선물), 0.01%(옵션)의 세율로 거래세를 부과하다가 1999년부터 폐지된 상태다. 싱가포르는 주식에 대해선 0.2%의 인지세를 부과하고 있다. 대만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파생상품에대해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장외거래상품에 대해선 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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