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념 상 남자가 쉰다는 게 쉽지는 않았죠.”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양성팀의 박인남(40) 과장은 3년전인 2010년 4월에 10개월 간 육아휴직을 냈다. 기관 설립 이래 남성 육아휴직 신청은 처음이었다. 맞벌이 부부는 당시 6살, 4살인 두 딸아이를 돌 보기가 쉽지 않았다. 조부모편에 맡길 처지가 못됐고, 거주지 인근 보육시설 인프라도 좋지 않았다. 시골 분교장이던 아내는 자리를 오래 비울 형편이 못됐다. 부부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공기관 근무로 여건이 더 나은 아빠가 1년간 육아를 책임지는 것.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는 박 과장은 “당시 상사가 여성이어서 맞벌이 상황을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또 “짧은 기간이나마 전업남편 일을 해보니, 가사의 어려움이 피부에 훨씬 더 크게 와 닿았다”고 덧붙였다. 박 과장의 선례는 회사 안에선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후배 직원들에겐 귀감이 됐다. 나중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긍정적으로 기재됐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1790명, 전체 육아휴직자 중 2.8%에 불과하다. 저출산을 해결보려는 정부의 장려에도 공기업, 공기관에서 조차 신청이 저조하다. 사기업은 더하다. 경기도 나쁜데, 출산을 앞둔 여성 직원 조차 인사 상 불이익을 염려하고 눈치 본다. 육아휴직 사실이 내외부에 알려지길 꺼린다.

해외 근무가 많은 코트라에선 남 직원 두 명이 1년 및 3개월간 육아휴직 중이다. 하지만 코트라관계자는 “남 직원이 해외 발령 나면 직원 아내가 회사를 관두고 따라가는 경우는 흔히 봤지만, 그 반대는 못 봤다. 여 직원은 남편을 한국에 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고 말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남자가 무슨 집안 일을…’ 식의 고루한 통념은 ‘남편 육아’ 분위기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히세션(He-cessionㆍ남자불황)’ ‘쉬커버리(She-Coveryㆍ여성회복)’ 시대에 서비스ㆍ복지업 등 여성적 일자리는 늘고, 제조업 등 남성적 일자리는 줄어 가정의 주 수입원을 아내에게 기대는 가구의 증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국내에선 조기은퇴 바람과 함께 50~60대 남성 인구 가운데 재취업 포기와 함께 비자발적 ‘전업남편’을 선택한 인구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명예퇴직한 서울의 모 대학 교수는 “교수 재직시절 남편이 40대에 대기업에서 조기퇴직하자, 남편이 육아를, 벌이는 내가 책임지는 것으로 역할을 양분해, 행복한 가정 생활을 영위했다”고 했다. 방송사를 정년퇴임한 이모씨는 “아내에게 사업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했다.

누구 수입이 더 크냐에 따라 ‘전업남편’ 또는 ‘전업주부’를 결정하는 건 가정이란 공동체를 이루는 각 구성원의 선택의 문제다. 각자 삶의 방식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인식 변화를 이루는 티핑포인트(전환점)가 필요한 때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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