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코스피지수가 어느새 1930선까지 내려왔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는 한국에만 예외인 양상이다.
유로존 안정과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 등 증시 대외 변수가 개선됐음에도 환율과 실적, 수급이라는 삼중고에 국내 증시만 글로벌 증시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실망스러운 4분기 실적=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코스피200 기업들 15개 가운데 70%인 11개 기업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놨다.
실적 방향성의 키는 엔화가 쥐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올 1분기 실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지난주 일본 통화정책회의 이후 잠시 속도조절을 하는가 싶던 엔/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실적은 물론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치 역시 함께 낮아지고 있다”며 “통신, 제약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가운데 엔화 약세로 일본기업들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기계, 화학, 철강 업종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누르는 외국인=수급으로 보면 외국인이 가장 문제다. 외국인은 지난 2주간 1조50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를 1940선까지 끌어내렸다. 특히 지난 25일의 경우 외국인 매도 규모에 비해 시장 전체의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극대화되기도 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뱅가드 이슈에다 프로그램 매물 청산, 환율 상승에 따른 현물 매도까지 겹쳤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나 연기금 등 장기 매수성 자금의 현물 매수가 나타나야 시장의 수급이 전환될 것”이라며 “또는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면 환차익을 노린 일부 외국인 투자주체의 현물 매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시각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2월 옵션만기일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1월에만 1조5000억원 정도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왔으며, 2월에도 추가적으로 1조3000억원 가량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적은 코스닥시장이 코스피보다 강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한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을 염두에 둔 대응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하단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디커플링이 장기화된 적은 없었다”며 “글로벌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가격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조정 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