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달 12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의 기술 완성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북한 미사일 잔해를 조사한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선진기술의 도입과 부품 조달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많은 실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9일까지 대전 소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정보본부, 정보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미국 미사일 전문가 등 52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은하3호는 우리 군 당국의 예측대로 27t급의 노동미사일 엔진 4개와 3t급의 보조엔진 4개가 결합된 120t급 엔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미사일에서 사용되는 보조 엔진은 추진력을 보조할 뿐만 아니라 로켓 방향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 기술은 우리가 나로호 발사때 사용하는 편향추력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어서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상당히 기술적으로 진전된 것”이라고 전했다.
나로호의 편향추력방식은 로켓의 방향 제어를 로켓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한다. 로켓이 기울면 소프트웨어가 엔진의 노즐 방향을 컨트롤해서 올라가는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반면, 북한은 그런 소프트웨어가 없고 보조엔진이 가동돼 방향을 제어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의 제작 기술은 조악한 면이 있어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쉽게 말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맥락에서 북한은 화물차를 타고 가고 우리는 KTX를 타고 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나로호는 KTX, 북한 미사일은 화물차”=이같은 방식은 주로 러시아 구형 장거리 로켓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다른 군 관계자는 “우리 기술이 더 발전된 것이긴 하나, 북한이 사용하는 러시아식 방식도 연료가 자연적으로 잘 타고 온도도 자연히 냉각되는 등 굉장히 좋은 메카니즘을 가진 기술이다. 북한의 기술은 그런 방식을 사용하며 매우 안정화된 단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 수준에 대해 군 당국자는 “노동 미사일 기술 수준 정도”라고 밝혔다. 북한은 80년대에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하고, 90년대 들어 노동 미사일을 개발했다.
북한 미사일 잔해가 우리 로켓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북한 기술하고 우리 기술이 완전히 달라 비교할 수 없다. 북한은 2단, 우리는 3단 로켓을 쓰고 북한은 보조엔진을 이용하며 사용하는 산화제도 다르다. 즉, (미사일 개발에 있어)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북한 미사일에 사용된 부품 대부분은 북한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온도감지기, 전선 등 10여개 이하의 부품은 중국 등 5개국에서 수입된 상용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주로 전선 등 북한에서 직접 만들어 쓰기 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부품을 해외에서 사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굳이 대량이 필요하지 않은데 로켓 발사 때문에 전선같은 것을 만들면 비용도 들고 효율도 떨어지지 않겠느냐. 로켓을 제작할 때 자국산 부품을 100% 사용하는 곳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에 사용된 외국산 상용제품의 북한 수출이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종류의 로켓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조약인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저촉되지 않는지 여부 등을 점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사일 부품 대부분 북한산”=이번 장거리 로켓을 군 당국이 미사일이라고 규정하는 주된 이유는 산화제로 사용하는 적연질산 때문이었다.
적연질산은 50~60년대 우주발사체에 산화제로 사용됐으나 맹독성이 있어 불임이나 실명 등을 초래해 현재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저온 상태에서 보존해야 하는 다른 산화제와 달리 상온에서 오래 보존이 가능해 유사시 즉각적인 사용을 위해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려면 액체산소연료를 쓸텐데, 무기로 활용할 생각이 있으니 기존 미사일 연료를 썼을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도 새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확실히 검증된 것을 쓰려 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군은 산화제통과 연료통은 우리 측이 사전에 예측한 형상과 제원이 비슷하며, 재질은 적연질산에 의한 부식방지와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AlMg6)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발사에는 북한이 지금까지 미사일 발사에서 단 분리에 실패한 전례를 감안해 단분리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006년 7월 대포동 2호를 발사했다가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아 실패했고,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로켓을 발사해 2단과 3단 분리에는 성공했으나 2단 로켓 추진체가 마지막 단계에서 추력이 부족해 1단과 분리되지 않은 채 추락했다.
올해 4월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실은 은하3호는 발사 1~2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발사에서는 1, 2, 3단분리가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돼 북한의 기술력이 한층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단분리 방식은 폭압형 외피 파단방식이 적용됐으며, 절단장치, 6개의 가속모터, 4개의 제동모터로 구성됐다.
제동모터는 로켓의 역방향으로 작용해 단 분리시 뒷 부분이 앞 부분을 충돌하지 않게 하고, 앞 부분에는 가속모터를 달아 단 분리시 확실히 이격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