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제자 공손추가 수집해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에 기록한 일화다. 송 씨 성을 가진 한 농부가 모를 심어 놓고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늘 궁금해 매일 먼저 논으로 달려가 벼들을 살펴봤다. 며칠을 보아도 자라는 것 같지 않자, 송 씨는 이웃집 것보다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종일 자기 논의 모든 벼를 일일이 조금씩 뽑아놓았다. 농부는 마음 뿌듯했지만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됐고, 가족들은 ‘뭔 일 있었나’ 싶어 다음날 논에 가봤더니 모든 벼가 기력을 잃고 죽어 있었다고 한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의 근원이 되는 이야기다. 성장 규칙에 순응하지 않고 성급하게 성과를 올리려 속도를 내다가는 일을 그르친다는 점을 경계한다. ‘성장을 돕는다’는 조장(助長)은 ‘순리를 어긴 인위적인 부조리’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 서열화와 지나친 교육열이 사교육의 창궐을 조장하고 있다’는 식이다.

개구리도 옴쳐야 뛰고,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 싸전에서 밥을, 콩밭에서 두부를 구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집단 골병’드는 진원지였던 선행학습 금지가 드디어 법제화할 모양이다. 차근차근 지식영양분을 쌓아야 할 아이들에게 과도한 호르몬을 주입해 형들만큼 머리를 키우려 했던 대표적인 발묘조장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민 73%가 선행학습 효과가 없다고 여기고 있음에도 상당수 학부모가 사교육 마케팅 위력에 현혹될 수 있으므로, 당국은 단순히 각급 학교 시험과 수업 내용을 심의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부는 밤에 학원에서 하고, 잠은 낮에 학교에서 잔다’는 아이들의 얘기가 없어질 때까지 교육 당국은 밤에 더 일하고 낮에 조금 더 자야겠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대치동 학원가. 박해묵 기자 mo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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