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법무부 차관 김상희 변호사가 본 친구 이병재

계사년이 밝았다. 새해 신문을 뒤적거리다 평소라면 무심코 넘겼을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중용: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함’.

나는 이 단어에서 내 오랜 친구 이병재 사장을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시간을 이 사장과 함께했고, 그를 보며 언제나 그의 절묘한 균형감각을 존경(감탄)하곤 했다.

사람들이 흔히 균형감각에 대해 얘기할 때면 일과 개인생활 사이에서의 균형감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사장에게 있어 균형감각이란 공과 사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서의 균형감각을 의미한다. 가끔 우리가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는 언제나 잘나가고 성공한 부분에 대한 칭찬보다는 부진한 부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곤 했다. 부분의 성공보다는 전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CEO였다.

그의 이러한 균형감각은 아마도 오랜 시간 야구선수로 활약해온 그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야구는 9명의 선수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다. 야구선수였던 이 사장은 모든 부서가 각각의 선수처럼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발휘된 능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최고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우리은행 재직 시절 미국 근무 경험을 가진 이 사장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지 여전히 햄버거를 좋아한다. 그의 주된 햄버거 파트너는 다름아닌 직원이다. 부서장급부터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까지 그의 햄버거 파트너가 된다고 한다. 업무이야기보다는 인생의 선배로서 본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의 인생관을 들으며 허물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CEO와 사원 간 높은 벽을 허물어 버린다.

언젠가 그가 인용했던 생텍쥐페리의 말이 생각난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남자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마련하고 임무를 부여하며 일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한히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을 보여주라’는 그때 그 말처럼 이 사장의 능력은 40년간 금융업에 몸담으면서 쌓아온 전문성, 직급을 막론하는 열린 커뮤니케이션, 각 부서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그것들의 시너지를 발휘시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을 구성원과 함께 만들고 그 비전을 마음에 심어나가면서 회사를 발전시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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