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正初)라 일본 전국의 신사(神社)에 올해 가내 평온을 비는 주민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토요일인 12일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노노미야 신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해 행운을 기원하는 ‘하쓰모오데(初詣)’ 행렬이다.

일본인들은 손과 입을 헹군 다음 돈을 함에 던져놓고 방울을 울려 신을 깨운 뒤 두 번 묵례, 두 번 손뼉, 한 번 묵례한다. 아기 탄생 때, 집 지을 때, 이사할 때, 멀리 떠날 때 등 집안 대소사에 늘 찾는 곳이다.

‘바다의 신’인 스미요시(住吉)를 제신으로 삼는 곳만 2000여개, 고조선 이후 우리나라 왕을 모시는 신사도 2000개가 넘는 등 일본에는 고을마다 수만 개의 신사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모저모를 따져보면, 일본 민간신앙의 상징인 신사는 우리나라 마을마다 있던 서낭당 또는 신령각이다. 어느 쪽이 원형(原型)인지는 역사를 진실된 눈으로 살펴보면 되니까 논하지 않는다.

마을 어귀 작은 당사(堂舍)와 돌무더기, 새끼줄, 장승 등을 볼 수 있는 곳이 서낭당이다. 이곳을 지날 때는 그 위에 돌 세 개를 얹고 세 번 절하면서 행운을 빈다. 국난이나 가뭄이 있을 때엔 서낭제를 치르기도 했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변칙이고 반칙이다. 쇼콘샤(招魂社)라는 이름으로 1869년 지어질 때, 내전의 승자를 위한 것이었다. 아시아 침략을 일삼다 1945년 패망하자 전사자들의 위폐를 안치했고, 1978년에는 태평양 침략전쟁 A급 전범 14명의 합사를 감행했다.

기독교도가 0.5%에 불과한 일본 국민이 기복신앙 차원에서 신사를 찾는다는 점을 권력자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 국민은 민간신앙에 파고든 정치공학에 헷갈리고 있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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