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단협안 부결따라 현 집행부 새노조 설립…조합원 확보위해 파격공약땐 노-노갈등 확산 우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지난해 말 타결된 임금ㆍ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이 노동조합에서 부결됨에 따라 복수노조 체제에 돌입한다. 또 서울시 노ㆍ사ㆍ정 협의체인 ‘서울모델협의회’까지 나서 중재해 마련한 임단협 노사합의서가 부결됨에 따라 새로 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지난해 말 타결된 올해 임단협안은 조합원 투표로 부결됨에 따라 현 집행부를 대신해 새 협상단이 구성되는 등 노조 내 갈등이 심화하면서 협상권을 빼앗긴 현 노조 집행부가 신(新)노조 설립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측인 서울메트로는 노-노 갈등 조정 능력과 파격적인 유인책으로 조합원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노조 사이에서 매년 협상을 어느 노조와 해야 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9일 서울메트로와 서울지하철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2012년 임단협 협상을 이끌었던 정연수 현 노조위원장 이하 집행 간부 44명은 지난달 28일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에서 발기인대회를 갖고 신노조인 ‘서울메트로지하철노조’(약칭 서울메트로지하철노조)를 설립했다. 신노조는 노조 설립 신고를 오는 21일께 노동부에 제출하기로 하고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현 노조위원장이 복수노조 설립에 나선 것은 이번 임단협 노사합의서 인준안이 조합원 투표 결과, 부결되는 등 현 집행부가 조합원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정년 연장(58→60세)과 인건비 전년 대비 3.5% 인상 등이 반영됐지만 퇴직금 누진제 수정, 승진 탈락에 대한 조합원 불만이 커지면서 집행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25~27일 실시된 노사합의서 인준안은 전체 조합원 8130명 중 6284명(77.3%)이 투표해 찬성률 44.26%로 부결됐다. 3502명(55.7%)이 반대하고, 1846명이 기권했다. 나머지는 무효표였다.

잠재돼 있던 노조 내 계파 갈등이 폭발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조합원은 “그동안 노조가 정 현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국민노총계와 민주노총계의 세력다툼이 치열했는데, 이번 임단협을 계기로 터졌다”며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민주노총계에 힘이 실리면서 계파 간 갈등이 심해졌다. 복수노조는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털어놨다.

‘한지붕 두 노조’가 들어서면서 사측인 서울메트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두 노조가 사측과의 교섭대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며 조합원 확보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거나 과반 이상 조합원을 확보한 노조가 교섭권을 갖도록 돼 있다. 이미 신노조는 조합비 및 연맹의무금 인하, 서울시 및 행정안전부와의 정책간담회 개최 등의 공약을 내걸며 구(舊)노조 조합원들의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 구노조 역시 이달 새 집행부 선거가 있는 만큼 기존 조합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 공산이 크다. 매년 노조와 임금 협상을 해야 하는 사측으로선 노조 간 공약경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노 갈등이 빚어질 경우 조정 역할도 해야 한다.

사측은 “노조가 늘어나면 당연히 사측으로선 부담스럽지만 공기업 노조는 시민이라는 기본 틀과 법과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운영되는 만큼, 사측에 과도한 요구를 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노-노 간 정책대결을 넘어 갈등 양상으로 가거나 사측에 노조 입지 강화를 위해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메트로는 전임 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새 대표를 공모하고 있다. 2월 1일 선임될 새 대표에겐 복수노조를 비롯해 부결된 임단협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업무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