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정점으로 완화되던 보호무역주의가 지난 해부터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오상봉)이 최근 발표한 ‘세계경기침체로 불어닥친 보호무역주의 한파’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보호무역 수단인 반덤핑 조치의 경우 2012년 상반기에만 110건의 조사 개시와 74건의 조치발동이 이뤄졌다. 이는 전년도 1년간 취해진 조치 건수(조사 개시 155건, 조치발동 98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하반기까지 이 추세가 이어졌다면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많은 조치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상계관세 조치 역시 19건에 달해 WTO 출범 이후 가장 많이 부과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가간 WTO 분쟁건수는 2012년도에 27건에 달해 2011년 8건 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2년 37건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중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반덤핑조치는 지난해 상반기 조사개시 13건, 조치발동 4건으로 각각 2005년, 2006년 이후 가장 많았으며, 상계관세조치 역시 같은 기간 5건에 달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전통적 보호무역조치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국제 카르텔 규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국경조치를 통한 지재권 침해물품 압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0년 압류건수는 1만9595건으로 2002년 대비 3.4배 증가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지재권 침해조사도 2002년 15건에서 2011년 70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EU에서도 공통된 것으로, EU의 지재권 침해물품 유치 건수가 2011년 9만1254건에 달해 2002년 대비 12배 이상 폭증했다.

우리 기업들도 선진국의 국제 카르텔 규제로부터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996년 이후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부담한 벌금이 12억7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특히 1000만 달러 이상 벌금이 부과된 61개 기업 중 한국기업 수는 11.5%(7개사)에 불과했으나 벌금 액수는 22.8%(12억6700만 달러)에 달했다. EU에서도 4건의 사건에서 7개 기업이 총 4억3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담했는데, 최근 브라운관 사건의 경우 우리 기업이 부담할 과징금이 4억5000만 유로에 달해 지나친 액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보호무역주의가 당분간 좀처럼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기회복의 지연, 동북아와 중동의 긴장 고조, 일부 국가의 포퓰리즘적 국내산업 보호조치 등이 작용할 경우 더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미ㆍEU 등 선진국의 대중국 통상마찰로 인해 중국에 투자한 현지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소재 기업에까지도 불똥이 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조성대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덤핑,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구제조치의 경우 경기후행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어 향후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철강, 석유화학 등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움직임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일부에서 제기하듯 미국 내 삼성-애플 특허소송이나 현대기아차의 연비 표기 오류 문제 등 모든 움직임을 보호무역으로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무역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와 무역 유관기관이 체계적인 감시체제를 가동하고, 기업들도 정부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출국 정부나 경쟁업체 동향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