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여: “자기야. 나 오늘 아침에 노원역에서 영숙이 만났어.”

남: “근데?”

여: “전철에 내리는데 딱 만난 거 있지.”

남: “그래서?”

여: “정말 신기하지 않아?”

남: “아니 별로.”

여: “어쩜 이렇게 만나냐.”

남: “그래서 만나서 뭐했는데?”

여: “…….”

요즘 SNS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좋은 연애 연구소’ 김지윤<사진> 소장이 소통 실패 사례로 제시한 연인 간 대화 내용이다. 김 소장은 남녀 간 소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자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여자친구의 말을 들을 때 “진짜?”, “정말이야?”, “웬일이야”, “헐~” 이 네 가지만 대꾸해도 소통에 성공한다고 일러준다. 좀 심심하면 화자(話者)가 했던 말을 청자(聽者)가 가볍게 반복해줘도 된다고 충고한다.

일상의 대화에서 사실, 결과, 결론 등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경청하고 공감하면 소통에 필요한 기본자세는 완성되고 소통 성공의 분위기는 무르익는다는 것이다.

한 외국 동영상에 만 두 살 된 여자아이가 우유 든 컵을 내미는 장면이 나온다. 아빠는 “우유가 아직 있잖아. 다 마시면 더 줄게”라고 말했고, 엄마는 “컵 바꿔달라구? 까탈스럽긴...그냥 마셔”라고 말한다. 실망한 소녀는 다섯 살 난 오빠한테 다가갔는데, 오빠는 잠시 동생을 보더니 환한 표정으로 장난감 하나를 집어들고 여동생에게 “건배!”라고 외쳤고, 그제서야 소녀는 ‘까르르’ 미소 짓는다.

공감소통전문가 박순임씨의 지난해 강의록에 나온 내용이다. 박씨는 “딸의 행동에 대한 해독은 누구 기준이었나”고 되묻고는 “자기 경험치를 팔고 ‘백지 경청’하라, 말 할 때 눈썹만 올려줘도 된다”고 충고했다.

몇 해 전부터 늘 화두이지만 잘 안되는 게 공감과 소통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의 컨셉트가 ‘국민 공감 및 참여’였고, 민주당은 24일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아 “소통·경청 리더십으로 대전환하라”고 주문했다.

우문(愚問)일지 모르지만 ‘왜 공감,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EBS에서 ‘공감의 시대’ 연강을 했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물학)는 이렇게 답한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섞여야 건강하다.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 왜냐하면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섞여왔기 때문이다.”

‘공감의 시대‘ 저자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적 반응과 실천적 반응을 하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가 미래 감성시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성적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는 차순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정부포털 이름은 ‘공감코리아’이다. 그러나 공감이 아니라 전달이다. 이 포털이 성공하려면 온통 국민의 목소리로 채우고 실국장들은 “정말?, 웬일이니?, 헐~”이라고 댓글을 달자. “이제는 공감 예산, 감성 예산이 필요한 시대”라던 어느 부처 예산담당관의 말도 문득 떠오른다. 여성대통령시대임에도 가부장적 남편이 있다면 이젠 아내의 말에 “진짜?”, “대박!”이라고 답하라. 저녁밥상이 달라진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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