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과 천첩의 사이에서 서얼 신분으로 태어나 조선시대 신분차별의 벽에 좌절, 약초꾼이 되어 산천을 떠돌다 민중의 병을 고쳐주는 심의(心醫)로 성장하고 결국 어의에까지 오른 인물 허준. 잦은 고초와 난관을 집념과 성실함으로 극복해가는 인간 승리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허준이 18일부터 평일 오후8시50분에 MBC 일일사극 ‘구암허준’(극본 최완규, 연출 김근홍ㆍ권성창)에서 부활한다. 특히 MBC는 23년만에 일일 사극을 편성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120부작, 6개월짜리다. 한시간 앞당겨진 평일 오후8시 ‘뉴스데스크’가 끝난 직후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극을 매일 편성, 뒤 이어지는 주간 미니시리즈로까지 계속 시청자를 붙들겠다는 시도다.

MBC로선 허준 극화로만 이번이 세번째다. 1991년 이은성 작가 원작소설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한 동명드라마 ‘동의보감’이 첫번째다. 배우 서인석이 맡았다. 처음엔 허준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1999년 전광렬이 주연한 ‘허준’은 여성의 사회진출 변화에 발맞춰 소설에는 없는 예진 아씨 캐릭터가 창조됐다. 평균시청률 53%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예진 아씨역의 황수정은 참한 여성 이미지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3년도판 허준은 1999년 드라마 ‘허준’을 집필했던 최완규 작가가 또 한번 펜을 잡는다. ‘주몽’ ‘상도’ ‘올인’ ‘마이더스’ ‘빛과 그림자’ 등 굵직한 남성적 드라마를 주로 쓴 스타작가다.

MBC의 야심찬 모험에 방송가는 성패의 귀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공하면 동시간대 KBS1 ‘뉴스9’이 당장 타격 받는다. 전국시청률 20%가 넘는 지상파 간판 뉴스프로그램이지만, 드라마 한편으로 인해 뉴스 주 시청층을 오후8시 시간대인 SBS나 MBC에 뺏길 수도 있다. KBS 드라마국 한 관계자는 “스튜디오 촬영과 에피소드 위주로 가면 일일사극을 물리적으로 찍기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극적인 재미가 있느냐인데, 그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완규작가라면 기존 작품에서 변화나 변형을 줄 것이다. 일일극이라서 꽉짜인 밀도는 약하겠지만 허준 콘텐츠가 갖고 있는 본래적 매력이 있다. 병자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치료하는 민초의식, 대중의 억압된 마음을 풀어내는 것 등 요즘 시청자와의 공감 요소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