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수사기관이 피의자를 불법 연행한 후 수집한 증거를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는 마약인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복용한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로 기소된 이모(49)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제 연행 이후 실시한 채뇨검사 결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것이다.

마약투약 등으로 여러 차례 복역 전력이 있는 이 씨는 2012년 5월 부산 사상구 한 호프집에서 필로폰 0.03g을 커피에 타 마시다 목격자의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임의동행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서로 강제연행돼 1차 채뇨검사를 받았다. 경찰은 1차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이 씨를 긴급체포한 뒤 영장을 발부받아 2차 채뇨를 실시, 이를 증거로 형사입건했다.

그러나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는 음주 교통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회사원 김모(55) 씨에 대한 상고심(헤럴드경제 3월18일자 보도)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적법 절차 없이 피의자를 연행해 받아낸 음주측정 결과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김 씨는 2008년 12월 직장 회식을 마치고 승용차를 몰다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낸 뒤 출동한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호흡측정에서 혈중알콜농도가 0.130%로 나온 데 이어 김 씨 스스로 요청한 채혈검사에선 이보다 더 높은 0.142%로 측정됐다.

이처럼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사건에서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대법원측에서는 불법 연행 후 증거 수집 절차상 차이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마약 사건의 경우 일단 불법 행위를 중단한 뒤 영장을 발부받는 등 정상절차를 다시 밟았지만, 음주운전 사건은 음주검사 때까지도 시종일관 불법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며 “이 같은 차이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도 “이 씨는 체포 당시 비정상적인 행동을 거듭했고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는 구체적 제보도 있었다”며 “수사기관이 뒤늦게나마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2차 채뇨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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