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수위와 내용을 놓고 최근 3주간 막후협상을 벌인 끝에 북한을 제재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대북제재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중국이 이번에 대북제재에 동참키로 한 것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전면적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고강도 제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일각에선 중국이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5일)에 맞춰 미국과 제재안에 합의한 것을 놓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국가주석 등극과 연관짓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 북핵문제를 털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대북제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이미 전인대 개최 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실례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중국 내부에선 중국의 대북외교가 파산했다는 지적이 백화쟁명(百花爭鳴)을 떠올릴 정도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중국의 관영 언론이나 정책전문가는 중국의 기존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고, 베이징에선 중국인의 반북시위도 벌어졌다. 이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유례없는 현상으로 중국 정부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국 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배경에는 북핵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 간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6일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제재에 협조하고 대신 미국은 댜오위다오 문제를 눈감아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제재 수위다. 이미 중국은 북한을 오가는 화물에 대해 통관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원조 중단 같은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고강도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체제 붕괴는 북한 핵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본다면 북한의 대북제재는 중국 내 북한계좌 관리 강화, 북한 외교관의 불법활동 감시, 북·중을 오가는 항공·열차의 검문검색 강화 등 저강도 제재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 정법대의 문일현 교수는 “앞으로 시진핑 체제의 외교는 ‘북한 딜레마’를 정책 전환으로 돌파할지, 아니면 기존 정책을 그대로 지속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면서 “대북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 방법론을 찾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