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더욱 깊어진다. 어쿠스틱밴드 쎄시봉이 다시 주목받았던 것도 전자음악 일색인 가요계에서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이 드러난것. 피아노도 역시 디지털 피아노가 대세가 됐지만 어쿠스틱 피아노의 소리를 최대한 재현해주길 바라는 소비자가 많다. 26년간 디지털 피아노를 만들어 온 이진영 다이나톤 대표(사진ㆍ53)는 역설적으로 “디지털에 강해야 아날로그 감성을 잡는다”고 말한다.

전자악기 전문기업 다이나톤은 1987년 반도체 기업이었던 KEC 사의 전자기기 부서로 시작됐다. 당시 반도체 분야에서 각광받던 음향 칩의 테스트 베드(Test Bed) 성격이었다. 디지털피아노나 신디사이저, 미디 키보드 제품을 통해 자사의 음향칩 성능을 인정받아 전화기나 무선호출기 등 다른 전자기기 용으로 팔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브랜드 카시오에 전자키보드를 공급하는 등 품질을 인정받았다.

모기업로부터 다이나톤이 독립한 것은 외환위기로 대부분의 기업이 주력 업종 외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2000년이다. 당시 전자악기 영업을 담당하고 있던 이진영 대표에게 “맡아서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더 높은 직책에 능력있는 임원들을 제치고 들어온 제의라 얼떨떨 했지만 자신은 있었다”고 한다. LG전자의 전자악기 부서를 인수할 정도로 쌓여있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 때문이었다.

이 대표가 공을 들인 부분은 디지털 피아노를 최대한 어쿠스틱 피아노와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다. 초창기 디지털 피아노는 메모리나 프로그래밍이 효율적으로 짜여지지 않아 누르는 힘과는 상관없이 88개의 건반이 각각 하나의 톤의 소리만 낼 수 있었다.

“악기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감정이 연주에 실려 듣는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건반 하나에 수백 수천가지 성격의 음을 내는 어쿠스틱 피아노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는 프로그래밍과 부품에 투자했다. 2002년 국내최초로 124개 음을 동시에 낼 수 있는 ‘124 폴리 RPS V3 사운드’ 시스템과 해머터치 건반 ‘NEW-HWS’를 개발했다. 당시 국내 디지털 피아노의 건반은 스프링만 달아놔 연주할 때 이질감이 컸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성까지 고려해 어쿠스틱 피아노의 타격감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자체 건반을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03년에는 국내 악기업체로는 처음으로 기업부설 전자악기 연구소를 설립하고 2010년에는 개량된 새 건반시스템 ‘ARHA(Advanced Real Hammer Action)’와 어린이용 페달도 개발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 야마하에 이름값은 밀릴지언정 제품의 기술과 품질은 동등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시장이 점차 디지털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명확했지만 기존 전통적인 악기를 만들던 경쟁사들은 기존 사업에 매여있다보니 전자 부문의 기술력을 쌓을 수 없었던 데 반해 다이나톤은 음향 샘플링을 비롯한 디지털 음향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자신감의 비결을 밝혔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악기시장이 위축되면서 저가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홈쇼핑을 중심으로 30만~40만원대의 저가 제품이 쏟여지고 있다”면서 “결국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쓰고 신기술 개발은 뒷전이 돼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다이나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직접 생산한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다. OEM 제품은 결국 품질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신념이다.

대신 지난 12월 디지털 피아노 최초로 렌탈 제품을 출시했다. “월 2만원 후반에서 3만원 중반대의 사용료로 부담없이 피아노를 장만할 수 있어 지갑은 얇아졌지만 자녀 감성교육은 포기할 수 없는 학부모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렌탈 판매의 비중을 점차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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