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해외여행의 들뜬 기분은 항공사 승무원들의 기내 안전수칙 설명시간때 잠시 가라앉는다. 마치 초등학교 아침조회때 운동장 앞쪽에 도열한 교사(敎師)들을 대하는 느낌도 든다. 워낙 엄중한 메시지를 전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몇몇 항공사들은 묘수를 짜냈다. 필리핀 세부 퍼시픽 항공사는 기내 안전수칙을 설명할 때, 승무원들이 레이디 가가의 ‘Just Dance’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뉴질랜드 항공은 기내 안전수칙 영상을 호빗과 골룸 등이 등장하는 ‘반지의 제왕’ 패러디 영화로 만들었다. ‘안전’의 메시지도 전하고 승객의 여행 기분도 지켜주기 위한 배려이다.

기내에서 어린이들의 응석과 돌출행동은 또 다른 빨간신호등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어린이 승객을 위해 선물꾸러미를 준비했는데, 그 속엔 안전벨트 캐릭터 인형도 넣어 즐거운 마음으로 안전수칙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공중에 떠서 몸을 바둥거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발을 땅에 딛고 있을 때 보다 얼마나 불안한가. 조그만 자극에도 움직임이 심하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골프를 칠 때 토핑(topping)이 나서 공이 땅 위를 구르면 똑바로 가지만, 제대로 맞아 뜨게 되면 예상치 못한 ‘코스 이탈(out of bound) 사고’를 당할 때가 있다. 하늘 여행의 환경은 그런 식으로 불안정하다.

비행기가 육지를 떠나 어느 정도 고도에 도달하기 전까지, 하늘은 성난 사자 같다. 구름도 많고 기류도 불안정하다. 불안정한 상황에서의 흔들림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착륙때 좌석벨트를 꼭 매라고 한다.

난기류를 만나거나 이 착륙 때 등받이를 세우는 이유는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대피통로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짐을 선반위에 놓거나 의자 아래에 놓으라는 주문, 기내식 배식 등을 제외하곤 테이블을 제자리에 접어놓으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승객의 신속한 탈출을 돕기 위함이다. 승무원이 알려주는 안전수칙 첫 번째가 비상구의 위치이다.

창문덮개를 열어두는 이유는 승무원 몇몇이 기체 꼬리에 연기가 나거나 날개가 찌그러진 모습, 기체주변의 위험성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에, 승객이 창문을 통해 목격한 이상 상황을 승무원에게 신속히 알려주도록 하기 위함이다. 승무원-승객 모두가 안전 비행의 공동 책임자이다.

기내 음주를 규제하는 이유는 알콜 흡수가 빨라 금방 취하거나 탈수상태에 빠지고 호흡도 가빠지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환경, 운동 부족 등 몸이 축나는 과정이므로 항공여행 직후엔 반신욕을 통해 신체리듬을 바로잡고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게 좋다.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하는 창공에서 기장(機長)은 최고위 공복(公僕)이요 대통령이다. 기장과 승무원은 승객의 생존을 위해 안전규정을 지키도록 권고하고 강제할 수 있다. 기장은 기내 범죄자의 신병을 착륙국 당국에 인도할 수 있으며, 기내 범죄는 사소한 것이라도 테러로 간주하는 등 가중처벌한다.

한 대기업 임원이 탑승 직후 옆자리가 비어있는 곳으로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가 규정을 이유로 거부당하자 수시로 욕설을 내뱉고, “기내식이 덜 익었다 라면을 끓여오라” 강짜를 부렸다고 한다. 이어 기내 주방까지 찾아가 “라면이 왜 나오지 않으냐”고 다그친뒤 “라면이 짜다”는 등 여섯 번이나 음식 짜증을 낸 끝에 승무원 얼굴을 책으로 때리고 집기를 승객이동 통로로 던졌다가, 착륙국에서 추방당했다고 한다. 만약 외국 국적 항공사였으면 그 나라 감옥에서 테러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해당 대기업은 당사자를 엄정 처분하고 글로벌 기업답게 분위기를 일신해야 함은 마땅하다. 기내안전은 승객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항공사의 노력과 승무원을 가족 같은 안내자로 존중하는 승객의 마음이 어우러져야 담보된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중요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도 있겠다. 좋은 승객은 승무원을 춤추게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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