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2회> 바람에 맞서는 법 11
누구라도 역사책을 뒤적이다보면…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폭군으로서 패륜의 극을 달린 연산군의 행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그 누구라도 사림파, 훈구파, 무오사화, 갑자사화, 폐비 윤씨, 금삼의 피 등등에 대하여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을지언정, 폭군으로 변한 연산군의 패륜행위만은 확실히 기억할 것이라 여겨진다.
1498년, 무오사화를 통해 자신과 대립했던 사림세력을 축출하고 왕권을 강화한 연산군의 만행은 1504년 갑자사화를 정점으로 극에 달하게 된다. 할머니 인수대비를 이마로 들이받아 절명케 하는가 하면, 큰어머니와 사통하고… 연회에 참석한 사대부의 아내를 은밀한 방으로 불러들여 간통하는 등 패륜의 예가 부지기수였다.
믿거나 말거나 한 예로, 젊은 처녀를 겁탈할 때에 그 처녀가 흥분하여 교성이라도 지르면 사내 경험이 많아 추잡할 것이라 여겨 죽이고, 통나무처럼 누워있기만 하면 자기를 싫어하는 모양이라며 죽이곤 했다지 않은가.
HY 훌 푸드 모델을 선정하는 신희영의 기분은 그야말로 패륜의 절정에 달해있던 연산군의 마음과 같았다. 박박진진, 변강호를 위시하여 대여섯명의 꽃미남 후보들을 불러 모은 그녀는 한껏 강화된 왕권을 맘껏 누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흐음! 겉으로는 모두들 잘생겼군. 하지만 누구 힘이 제일 좋은지 겉으로만 보아서 어찌 알겠어?’
고개를 외로 튼 채 생각에 잠겨있던 신희영은… 하지만 곧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잠시 동안 연산군의 패륜 행적에 골몰해 있던 중이었을까? 그녀가 떠올린 아이디어란 것도 사실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전해오던 연산군의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연산군은 수많은 처녀들을 알몸인 채로 방석 위에 앉힌 뒤, 한 쌍의 말이 교미하는 광경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자고로 온갖 동물의 교미행위 중에서 으뜸은 말이라고 했다. 다이내믹하고 박력이 넘치는 그놈들의 거친 행위에 감탄하여 입을 벌리지 않을 자, 과연 누구일까.
한 쌍의 말이 숨 가쁘게 교미를 끝내고 나면, 연산군은 처녀들이 깔고 앉았던 방석검사를 실시했다는데… 가장 흥건하게 방석을 적신 주인공을 침상으로 불러들여 뜨거운 상열지사를 벌였다고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봐요, 홍보이사! 모델들이 도착하는 대로 최종심사에 들어갑시다.”
“네?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어떻게 심사를 하시렵니까?”
“모델 선정 심사에 무슨 준비가 필요해요? 언더웨어 차림으로 간단한 워킹 테스트를 하면 되는 것이지. 패션쇼처럼 저기부터 저~기까지 걷기만 하면 돼요.”
“아, 네에! 그렇긴 하지요. 그러나 하필 회장님은 숙녀분이고 그들은 남자들이라서… 언더웨어 차림으로 모델들이 선뜻 나서려고 할까요?”
홍보이사는 무척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신희영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만면에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내가 전면에 나설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명색이 회장으로서 내가 관여하지 않을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신희영은 대기실 장면을 화면으로 전송받아 보면서 점수를 매기겠노라고 했다. 다행히 대기실엔 각 방향으로 CCTV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화면을 통해 현장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대기실엔 지난번 쁘레따뽀르떼 패션쇼 장면을 영상으로 걸어놓으세요. 음악은 도나 썸머의 ‘아이 필 러브’, 그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놓으세요. 이상 끝!”
이상 끝? 그건 더 이상 자기의 명령에 토를 달지 말라는 뜻이었다. 평생 일만 하고 살아 온 홍보이사는 ‘도나 썸머’의 ‘아이 필 러브’란 음악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사방팔방 수소문을 해서 그 음악을 다운받기에 여념이 없었으므로 그 음악이 얼마나 섹스어필한지, 얼마나 야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지 가늠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쁘레따뽀르떼 패션쇼의 모델들은 노브라 차림으로 워킹을 한다. 그 화면에 섹스어필하고 야한 음악을 곁들이겠다는 것이 신희영의 노림수였던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