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2회> 바람에 맞서는 법 1

5개국 관통 랠리 대회는 애초부터 파리-다카르 랠리를 본뜬 경기이다. 하지만 경기에 독창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기존 파리-다카르 랠리 경기의 방식을 약간씩 비틀거나 삐딱하게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원래 파리-다카르 랠리는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면서 그 절정을 이루던 경기였으나 몇 년 전, 북서아프리카 모리타니아의 군인들과 프랑스 여행객들이 무장괴한에게 살해된 일을 계기로 경기가 취소되었다가 남미로 무대를 옮겨 새로이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무대로 펼쳐진 지난번 랠리는 팜파스의 광활한 평원을 지나 해발 3,000m를 넘나드는 산악을 통과해야만 하는 죽음의 레이스였다. 총 연장거리 9,574㎞ 중에서 14구간에 해당하는 합계 5,652㎞의 기록을 측정하며 그 나머지 구간은 이동구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랠리 코스가 험하기로 유명하고 그동안 이미 40여 명의 선수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으므로… 참가선수들에게 파리-다카르 랠리란 ‘목숨을 저당 잡는 전당포’로 인식될 지경이었다.

“지난번 파리-다카르의 경주 코스 길이가 얼마였지?”

“네, 9,574킬로미터였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럼 우리는 10,000킬로미터로 늘여 봐.”

“하지만 우리가 잡은 코스엔 사막지역이 광활하고, 해발 4,000미터가 넘는 타이바이산도 통과해야 하며 특히 몽고에서는…”

“시끄러워, 네가 출전해?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전체 코스의 반 토막에서만 기록을 측정하는 게야? 우리가 주최하는 이번 랠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을 측정하라고. 그래야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 거 아냐? 그래야 재미도 있지.”

“하지만 부산에서 히로시마로 갔다가 다시 나가사키에서 목포로 되돌아오는 길은 랠리카를 배에 옮겨 실어야 하기 때문에 기록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거기만 이동구간으로 설정하면 되잖아. 그러나 이동구간을 핑계로 마냥 쉬지 못하도록 시간상한제를 적용하라고. 배 타는 시간을 왕복 12시간으로 못 박아. 12시간을 넘기면 감점시키란 말이야.”

“네,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번 5개국 관통 랠리의 경기방식과 코스는 이렇게 정해졌다. FIA의 규정에 따를 필요도 없었고 신고해야 할 의무도 없었으므로 경기를 주최하는 유민 회장 마음대로… 이를테면 엿장수 마음대로 떡 주무르듯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선수들은 전혀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레이스 코스는 쉽지 않다. 선수들에겐 변함없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아르헨티나-칠레 구간에서 벌어진 레이스에 앞서 경기 총 지휘자 ‘에티엔 라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경기 코스는 바뀌었어도 죽음의 레이스라는 악명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에 비하면, 유민 회장은 한 술 더 뜨자는 식이었다. 이번 5개국 관통 랠리대회는 ‘죽음의 레이스’라는 별명을 넘어서서 아예 ‘죽으러 가는 레이스’가 되길 그는 희망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이번 경기에 참가한 아들 호성이가 걱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유민 회장은 아들 호성이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호성은 해발 2,400m에 이르기만 하면 정신을 잃고 벌벌 기는 고소증세를 나타내곤 했다. 언젠가 둘이 백두산 등정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번 경기의 코스 초반부터 해발 4,166m의 산을 넘도록 정한 것이야말로 아들을 일찌감치 탈락시키려는 유민 회장의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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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