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고속 성장을 가능케 한 개혁ㆍ개방정책이 30년을 넘기며 1세대 경영인이 70대에 접어들자 후계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너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하면 사내에서 키운 전문 경영인을 발탁하는 등 경영승계가 속도를 내고 있다. 후계자 작업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에, 아직 경영권 승계의 가닥을 잡지 못한 기업들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23일 중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신시왕(新希望)그룹의 창업주인 류융하오(劉永好) 회장은 전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외동딸인 류창(劉暢ㆍ33)이 경영권을 수행한다.
이날 류창은 “젊은세대로서 신시왕그룹이 이름 그대로 영원히 희망이 흐르는 기업이 되게 하겠다. 우리 세대와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공헌을 하겠다”며 경영승계의 변을 밝혔다.
류융하오 회장은 “류창이 회사에 더 많은 활력과 혁신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후계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류융하오는 지난 2011년부터 이미 딸을 후계자로 하는 승계작업을 준비해 왔다. 류창은 이사직을 맡으며 해외 업무 확장과 관리를 책임졌다. 창업주인 류 회장은 1982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한 거리에 차린 자전거 수리점을 시작으로 사료ㆍ금융ㆍ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반열에 오른 신시왕그룹을 만들어냈다. 그는 1995년에는 중국 최고 부호의 자리에 올랐다.
신시왕그룹처럼 가족경영체제인 기업들은 대부분 20~30대의 자녀를 후계자로 경영 수업을 시키고 있다. 부동산 대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 역시 차녀인 양후이옌(楊惠姸ㆍ32) 이사에게 2005년 회사 주식의 70%를 양도하며 후계구도를 만들어갔다. 또 최근 가장 잘나가는 민영기업인 싼이(三一)중공업의 량원건(梁穩根) 회장도 외아들 량즈중(梁治中ㆍ29)에게 부회장 겸 재무 총괄 이사 자리를 맡겨 후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IT 업계에서는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분위기가 거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ㆍ49) 회장은 자신의 나이가 아직 40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신보다 네살 어린 루자오시(陸兆禧) 부회장을 차기 CEO로 발탁했다.
마윈은 지난 1월 “인터넷 사업을 하기에 내 나이는 너무 많다”며 회장직은 유지하되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1969년생인 루자오시 신임 CEO는 2000년 알리바바그룹에 입사해 광둥 지역의 영업판매 담당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자사의 온라인 결제서비스인 즈푸바오 서비스 개발을 맡아 3년 만에 중국 최고의 결제 서비스로 끌어올렸다. 1999년 설립된 알리바바는 현재 직원 수 2만3000명, 분기당 약 2억7000만달러(약 2900억원)의 순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터넷게임업체 쥐런(巨人)의 스위주(史玉柱ㆍ51) 회장도 “인터넷은 젊은 사람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말을 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이 외에도 국민 메신저 QQ를 만든 텅쉰(Tecent)의 공동 창업자 천이단(陳一丹ㆍ42)도 경영 2선 퇴진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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