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트렌드중 큰 흐름의 하나는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땀 흘리며 뛰어 노동과 승부의 가치를 경험하게 한다. 훈련받을 때나 경기할 때 섣불리 웃기려 해서는 진심을 전달하기 어렵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열심히 스포츠 대결을 펼쳐야 한다. 적어도 아마추어 강자들과 대적할 수 있을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쌓아야 한다. 연예인팀도 해당 종목을 잘하는 사람을 수소문해 경기 수준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생활스포츠인들을 이기는 게 목표이고, 지더라도 왜 졌는지에 대한 이유나 명문은 있어야 한다.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이 현역 병사들과 똑같이 군대 체험을 한다. 교관의 강한 훈련과 훈시에 울컥하거나 토라진 그들의 표정은 100% 리얼이다. 12일 산악포병여단에서 포병숫자 익히기와 K-9 자주포 탑승 등의 고된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본 ‘무한도전’ 김태호PD는 “뒷머리가 쭈뼛하고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저 안에서 쪽잠도 자고 하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정글의 법칙’은 연예인이라고 봐주지 않고 야생에서 식사, 주거를 스스로 해결하게 한다.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이 출연해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일반인 ‘나홀로족’들이 공감할 수 있고 실제생활에서 참고할 게 많다.
마치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법정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를 찍던 시절을 거쳐 전문직 장르 드라마 시대로 본격 진입한 것이 연상된다. 극중 전문직 종사자 역의 배우가 연애를 하더라도 누가 봐도 그 직업이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는 시대다.
이와 같은 리얼예능, 다큐예능의 유행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웃길 수 있는 장치나 설정을 미리 해놓고 리얼리티라고 말하던 시절이 완전히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콩트나 미션, 설정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설정을 가식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도 예능인데 그럼 누가 웃겨주나? 훈련과 경기 도중 재밌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돼있다. ‘진짜 사나이’에서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명병사들이 저절로 웃겨준다.
그러다 보니 이런 예능에서는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 스타가 되고, 재발견된다. ‘예체능’에서 ‘초레이~’를 외치며 대결을 펼친 ‘탁구명인’ 조달환과 ‘1박2일’ 조명감독인 심판 권기종이 예능스타로 부각됐다. ‘진짜사나이’에서는 예능감이 뛰어난 김수로보다 샘 해밍턴이나 손진영이 더 재미있다.
이런 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대중들이 이런 사람들을 알아보지만 기존 예능 포맷과 시스템이 그런 사람의 발굴을 막았다. ‘1박2일’에서 김C는 아무런 설정 없이, 웃기려고 하지도 않아도 대중이 좋아해줬다. 만약 샘 해밍턴의 어리바리한 모습에 조금이라도 의도가 개입돼 있다면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예능 흐름에서 강호동은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가. 한때 유재석과 함께 한국 예능의 ‘양웅’ 소리를 듣던 강호동의 요즘 활약상을 보면 그리 높은 성적표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강호동의 특기와 스타일을 잘 끄집어낸다면 오히려 요즘 예능 트렌드와 접목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강호동의 힘은 지역주민과의 접촉에서 강한 유대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반인들과 어떤 연예인보다도 빨리 친구가 될 수 있다. 함께하는 인물을 띄울 수 있는 어시스트 능력과 ‘먹방’의 강력한 효과도 지니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강호동은 ‘예체능’에서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제법 만들어져 있다. 강호동은 씨름선수 시절 살을 맞대고 싸우는 이만기 선배와 모래판에서 만나면 항상 긴장됐다고 했다. 하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한다. 동료애와 인간애를 느낀다고 한다. 강호동은 ‘예체능’에서 다양한 체육와 레저 종목을 통해 상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시청자들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예능’이란 일반인의 참여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강호동은 그 참여를 유도하는데 적임자다. 하지만 ‘맨발의 친구들’에서 강호동이 베트남에서 플래시몹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러 다녔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강호동의 힘이 발휘되기 어려웠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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