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11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담이 영국 에일즈베리에서 폐막했다. 회담 시작 전만 해도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에 경고성 이야기가 언급되면서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서는 특별한 합의안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일본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이어 이번 G7회의에서도 다시 국제사회의 면죄부를 받게됐다는 평가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G7 회담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일본의 성장문제는 이해하지만, 국제규범의 틀을 벗어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루 장관은 또 “이번 회의에서 이 같은 기본 규범을 언급하고, 이를 준수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 장관은 또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피하려면 각국의 경기 진작 노력은 국제적인 합의의 범위 내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루 장관은 이어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양적 완화는 15년간의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점진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은 정책목표가 아니다”라고 맞서기도 했다. 이번 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담에서 엔화 가치 급락에 따른 환율 전쟁을 둘러싼 논박을 예고하는 전초전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이 환율전쟁 우려와 관련, “주요국 경제정책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엔저 정책을 주요 의제로 삼는 데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시발이었다.
결국 회담은 일본정부의 양적 완화 및 엔저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지적이다.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은 재정 및 통화 정책은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되며 내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만 재확인했다.
회담 좌장을 맡았던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 과정에서 국제규범의 틀을 벗어나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낮추는 시도는 배격한다는 기존의 G7 합의 사항은 유효하다”면서도 “이번에는 환율전쟁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도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와 엔화약세 상황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G20에 이어 G7까지 일본 엔화 약세를 명시적으로 문제삼지 않으면서 향후 일본의 통화완화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부에 공개된 명시적인 대일 비판은 없었지만 회의 중 상당한 경계심이 감지된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다.
이번 회담에서 각국 대표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조세회피 지역을 활용한 다국적 기업의 탈세 행위 근절을 위한 정책 검토를 요청해 이와 관련한 새로운 국제규범을 확립기로 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각국에 세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제안해 저세율 국가인 룩셈부르크를 비롯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이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 이슈와 관련 구조 개혁을 위해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장을 위한 수요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립했지만 뚜렷한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비공식 회동으로 열려 공동성명은 채택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