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0회> 바람에 맞서는 법(2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펀양호에 갇혀있던 검은 물줄기는 양쯔강을 타고 동으로 흘러내리면서 누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아마도 광활한 벌판 위를 헤매던 황토먼지가 그 물줄기에 녹아든 것만 같기도 한데… 그래도 그 위에 펼쳐진 ‘안칭’의 하늘은 짙푸른 남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니… 저건 또 뭐야? 난리 났군.”

CF 촬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랠리 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촬영감독이 질색을 하기 시작했다. 계회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가장 먼저 1974년 산 치타가 모래먼지를 흩날리며 앵글 속으로 들어와야만 했던 것이다. 누른 강물과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불에 타 검게 바랜 1974년 산 치타가 등장하는 것이 콘티의 첫 대목이었는데…

“웬 찝차들이 떼로 몰려들지요? 뭐야? 저것들은…”

“율리아나 선수는 어디 있어?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예정했던 대로 유호성 선수가 먼저 도착하고 2초 후에 율리아나 선수가 치고 들어와야 마땅한데, 느닷없이 서너 대의 찝차들이 먼저 나타나자 유민그룹의 촬영 팀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족이긴 하지만, 건망증 심한 독자들을 위해 이쯤에서 잠시 상황 설명을 덧붙이자면…

거성그룹이 랠리에 참가한 목적은 신개념 에어 뮬인 ‘로열 골드’의 성능을 비밀리에 실전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그 눈속임을 위한 방패막이로 유호성 선수를 영입했던 것인데…, 유민 회장은 본인이 경영하는 ‘유민그룹’의 위상을 높이고 아울러 아들 유호성의 인기도를 높이기 위해 그 경기장면을 촬영하여 CF로 방영코자 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아챈 신희영은 아들 유호성을 골프선수로 만들려는 미련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그를 유혹하기 위해 사막에서 골프 쇼를 벌이기로 한다. 그 역할을 골프선수 강유리에게 맡겼던 것이며, 그 뜻에 따라 강유리는 ‘율리아나’라는 가명으로 경기에 투입된다.

물론 로열 골드의 드라이버인 권도일, 치타의 코-드라이버 현성애, 그리고 강유리는 유호성 선수를 제거하려는 음모를 품고 있는데, 그보다 한 발 앞서서 N-Dos 단원들이 먼저 그를 없애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5개국 관통 랠리 선수들의 첫 번째 1박 예정지는 ‘시안’이지만 그에 앞서 CF 촬영을 위해 ‘안칭’에서 촬영 팀들이 먼저 대기하는 중이었고, 강유리는 그 순간에 나름대로 골프 쇼를 벌이려 하는 중이었다. 이제 다들 기억해내셨는지?

“감독님, 웬 군인들이 떼로 몰려왔어요. 아프리카 군인들예요.”

“저걸 보세요, 미처 몰랐는데… 율리아나 선수가 저 쪽에서 골프를 치고 있네요. 어? 그 옆에 유호성이 보입니다.”

“뭐야? 빨리 저 쪽으로 카메라를 옮겨! 잽싸게들 뛰라고!”

촬영감독과 유민 그룹에서 파견된 비서 세 명, 그리고 촬영 팀은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고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비록 한 물 간 촬영감독이지만 그래도 상황 파악에는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뛰면서도 현장을 촬영하도록 지시했다. 우물쭈물 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오늘 밤 9시 뉴스에 CF를 걸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이게 웬 구경거리일까? 힘차게 내달리던 군인들이 급히 핸들을 꺾어 골프 쇼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은 촌닭이라 불리던 북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에서 출전한 군인들이었다.

군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통에 현장에는 모래먼지가 자욱하게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리타니아 군인들은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적을 울려가며 강유리의 주위를 신나게 맴돌았고 황토먼지는 더욱 거세게 일어 구름처럼 자욱해지기 시작했다.

“헬로우, 솔져! 룩엣미!”

강유리, 그녀가 드디어 비키니 차림으로 나서다니… 유호성은 머신에서 내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기회를 어찌 놓칠 소냐? 강유리는 계획했던 대로 벌판 한 가운데를 향해 드라이버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우연일까? 혹은 계획적일까. 세 번째 샷을 날리던 순간 허술하게 묶여 있던 그녀의 브래지어 매듭이 풀리고야 말았으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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