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맞서는 법 736
서기 1759년, 사도세자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계실 때에 훈련도감의 장교였던 임수웅이 책임 편집한 ‘무예신보’가 발간되었다. 당시 임수웅은 창검무예의 일인자로 손꼽히며 병법에 해박한 젊은 군인이었다.
그토록 뛰어난 군인이 책을 썼으니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지는 뻔할 뻔자. 즉, 무예신보는 조선을 비롯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무예를 종합한 전문서적이었던 것이다.
무예신보에는 장창, 죽장창, 기창, 당파, 낭선, 쌍수도, 제독검, 본국검, 권법, 쌍검, 월도… 등등의 18기가 골고루 수록되어 있었다. 글로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검법이나 권법을 수련하는 세법이 그림과 함께 잘 표현되어 있었는데…
느닷없이 공안에게 끌려간 강준호는 이를테면 중국의 파출소에서 무예신보에나 나올 법한 권법을 재현하는 중이었다. 물론 자그마한 나무책상 위에 걸터앉은 중국 공안은 그의 권법 자세를 유심히 보며 백지 위에 그 모양새를 그려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닌 밤중에 귀신이 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귀신이 씨 나락 까먹는 놀이가 아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공안 앞에서 겁에 질린 모습으로 권법을 재현하는 모습이나, 역시 말 안 통하는 외국인의 권법 시현을 보면서 공안이 받아 그린 그림을 보노라면 영락없이 무예신보를 그려내던 훈련도감의 장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어떻게 그 여자를 때렸는지 설명해 봐!”
공안은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말로 이렇게 명령했고… 그 명령을 느낌으로 알아챈 강준호는 몸으로 설명하는 중이었다. 말을 서로 못 알아먹으니 그의 보디 랭귀지를 그림으로라도 표현했던 것인데, 그게 무예신보에 실린 권법 그림과 너무도 흡사하더라는 것일 뿐.
“때린 게 아니고요… 그 여자를 이렇게 안아서 침대 위에 눕히려고 했는데… 뭐시냐, 엉큼한 마음을 먹은 건 아니고요.”
이렇게 열심히 말해도 공안이 알아듣지 못하니 어떡하나, 강준호는 답답한 김에 일어나서 시범을 보인다는 것이 어설펐다는 말이다. 그의 시범은 누가 보더라도 24번 아가씨를 들어올려 허리를 꺾는 폭력행사로 보일 따름이었다.
“그럼 아가씨 브래지어는 왜 벗겼는지 설명해 봐!”
공안은 역시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말로 이렇게 명령했으며, 역시 느낌으로 말뜻을 알아 챈 강준호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결백을 호소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 브래지어는 기름이 묻어서 저절로 미끄러진 것이라니까요, 아휴 미치겠네.”
이토록 어려운 말을 어떻게 몸으로 표현해야 할까? 기껏 표현한다는 것이 그녀의 브래지어를 제 가슴에 붙였다 떼었다 할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공안이 그려 놓은 그림을 보니…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마도 그 공안은 미술대학에 다니다가 경찰로 전향한 모양이었다. 그 그림대로라면 한눈에 보아도 강준호는 폭력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쌍수도로 아가씨를 때려 눕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리얼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염병! 전화 좀 하게 해주세요. 따르릉, 따르릉… 헬로!”
중국어를 단 한 마디도 모른다는 사실이 어찌 그리도 서글픈지… 강준호는 마냥 울고 싶을 따름이었다. 아직 그의 몸에는 기름칠이 범벅인 채였다. 그러니 온몸이 척척하고 근질거렸는데 그걸 닦아낼 수건조차 달라고 할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한국에 있는 신희영과 통화를 해야만 할 입장이었으므로… 그는 공안이 그림 그리던 펜을 막무가내로 낚아채 전화기 모양을 백지 위에 쓱쓱 그려내고야 말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가 그려낸 전화기 모양은 일품이었다. 공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내주었다. 아! 땡큐, 셰셰! 그는 즉시 신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순간 신희영은 모델 박박진진의 미끈한 복근을 훔쳐보느라고 넋이 빠져 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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