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볍게라도 술 한잔 해야죠.”→ “술은 무슨…그럴 시간이 어디 있다고…. 이번엔 절대 안돼 안돼….”
중국에서 술 한잔 하자는 기자의 농에 청와대 관계자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듭니다. 때로는 웃자고 스무고개 문답이 오갈 때도 있습니다. “정보 보고가 올라가겠죠. 그러면 민정에서 부르겠지. 기자와 술 마셨습니까. 예. 업무시간에 마셨습니까. 업무 끝나고 마셨는데요.” 그리고 개그 프로그램 오성과 한음에서나 볼 법한 허무하지만 속살을 에이는 듯한 문답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윤창중’이라는 유령이 다시 청와대 주변을 감싸고 있습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으로 호된 곤욕을 치른 청와대로선 이번 방중 순방 기간 제1 원칙을 ‘술 조심 또 여성 조심’으로 세운 눈치입니다.
이번 순방 기간에 청와대는 공공연하게 ‘노(No) 알코올’을 선언했습니다. 순방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에선 “이번 순방에는 술 없습니다”는 말이 떠올려지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 순방 중 ‘술’에 대한 알레르기가 심하게 박혔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순방 중 현지에서 수행원들의 손발이 되어 줄 인턴도 대부분 남자로 바뀐다고 합니다. 밀착해서 수행하는 인턴에는 아예 여성을 배제했다고도 합니다.
윤 씨 트라우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방중 수행단에 공직기강비서관실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한 관계자는 “우리가 사고치지 않을게요”라고 씁쓸하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셈입니다. ‘해외순방 5호 감시제’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물론 이번 순방 중 수행원 명단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는 혹여 있을지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이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윤 씨 사건 이후 외부에서 바라보는 ‘눈’이 곤혹스러워 말을 못할 뿐입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몰라도 이번 순방 기간 동안엔 다들 꼼짝하지 못할 거예요. 국정원이나 현지에 나가 있는 기관들이 불을 켜고 감시할 텐데 뭘 하겠어요.”
그건 그렇고 성과에 대한 중압감도 상당하는 후문입니다. 얼마전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죽을 지경이에요” 라며 하소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순방은 큰 성과를 올렸지만, 하루 아침에 윤 씨가 ‘말아 먹었으니’ 당연지사겠죠. “이번에 중국을 따라가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요. 수행원들은 이번에 죽었다고 봐야죠.” 최근 저녁 술자리에서 청와대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 지금도 귓가를 맴돕니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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