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7회> 바람에 맞서는 법(56)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공알치기라는 오락운동이 그렇게 재미있소?”
신발을 벗고 가부좌 자세로 앉은 채 회전의자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제6사단장이 대뜸 물었다. 왠지 초조한 모양새였다. 5개국을 관통하는 자동차 경주대회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건만 무엇 때문에 그리 초조한 기색을 보이는 것일까?
“그럼요. 막대기질을 해서 500메타 전방에 있는 조망만한 카부에 공알을 쑤셔 넣는 일이 어찌 재미가 없갔습네까? 남조선에서는 고위 간부들이 일 젖혀놓고 공알치기를 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던데, 그 재미가 오죽하면 그렇갔소?”
도형철은 이렇게 맞받았다. 참으로 느닷없는 질문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경주운전을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하고, 골프를 ‘지는 태양’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그런 작자가 느닷없이 골프로 말문을 열다니…
“속도전을 위한 자동차 경주장도 만들어 졌고, 새로이 도로도 정비했고… 상부에서도 자동차 경주에 극렬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기분이 매우 좋으시갔습네다. 이 추세로 가다간 전국에서 브루도자로 속도경주를 벌이든지, 정규군단, 기계화군단, 포병군단까지 총동원해서 땅크로 속도전을 벌이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소이다. 하여간에 축하합네다, 사단장 동지.”
도형철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을 이어갔지만 속으론 횟배를 앓을 지경이었다. 당 서열 37위에 머물고 있던 작자가 카자흐스탄에서 경주운전교육을 받고 오자마자 당 서열 32위로 올라 뛴 사실이 기막힐 따름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6사단장은 계속 골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 그 속내가 궁금하기만 했다.
“곧 생겨날 종합체육오락단지에 18구멍 공알치기장도 생긴다잖소? 도형철 동지야말로 공알치기 방면에서는 제1인자이니 벼락출세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겝니다. 꼴푸라는 것도 아주 좋은 외화벌이 수단이니까 말이오.”
“그러면 오죽 좋갔습네까? 2005년에 열렸던 통일기원 남북한 프로암 꼴푸대회가 조만간 다시 열릴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긴 합네다만.”
“소문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오. 앞으론 꼴푸도 중요한 출세수단이 될 거란 말이외다. 당 중앙 군사위원회 위원들과 어울리다보면 자나 깨나 꼴푸타령들입데다. 우리도 그 틈에 비집고 들어가려면 꼴푸를 잘 쳐야 한단 말이디요.”
제6사단장은 아무 거리낌도 없이 제 야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 중앙 군사위원회라면 북한의 최고 군사정책 결정기관 아니겠는가. 위원장이 곧 김일성 주석이었는데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현재까지 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을 만큼 자리를 아끼는 최고의 권력기관이었다.
“사단장 동무께서 이제야 꼴푸의 중요성을 깨달으신 모양입네다. 내가 비록 조선에서 아마추어 꼴푸의 1인자 소리는 듣고 있지만… 내세울 방법이나 있갔습네까?”
“기발한 방법을 구상하고 동무를 찾아온 게요. 까놓고 말합세다. 내가 이번에 남조선 거성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서 승진 좀 했디요. 승진가도를 달리는 김에 냅다 더 달려보자는 겁네다. 도형철 동무가 이번에 날 좀 도와주라요. 내가 앞서가면… 도형철 동무를 일 빠따로 끌어주갔소.”
6사단장은 속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이를테면 승진을 위해 입도선매 식 거래를 하자는 요구였다.
“어떻게 도와주면 만족 하시갔습네까?”
“마침 중앙 군사위원회 상급자 두 명이 이번 해군절 휴무일부터 포병절 휴무일까지 보름간에 걸쳐 불란서 출장을 간답네다. 그들을 꼬셔 봅세다.”
“그들에게 보름 동안 꼴푸로 바람을 잡자는 말씀입네까?”
“물론이외다. 내친 김에… 불란서로 가서 비벼봅세다. 마침 불란서에는 남녀가 옷을 홀랑 벗고 공알치기를 하는 꼴푸장이 있다고 들었소. 그리로 갑세다. 동무는 휘하의 젊은 여성동무 네 명을 조달하기요. 여행허가증은 내가 마련하겠소.”
평양 연예단을 관장하고 있는 도형철에게, 미녀 연예인 네 명을 동원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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