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0회> 바람에 맞서는 법(4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아이쿠! 이게 뭡니까?”
강유리와 촬영 팀이 상하이를 향해 되돌아오던 그 시간, 강준호는 벌써 이틀째 공안에게 잡혀 취조를 받는 중이었다. ‘아! 땡큐, 셰셰’ 어쩌고 하며 가까스로 전화기를 빌려 서울의 신희영과 통화를 했건만 그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신세가 처량했다.
‘꽈당!’
강준호에게 여권을 빼앗은 공안은, 황토색 나무 책상 위에 여권을 펼쳐놓고 힘차게 도장을 내리 찍었다. 도장을 내리 찍는 그 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청천벽력이 내리치는 것 같던지… 강준호는 오줌을 질금 지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好色漢>
강준호의 여권에는 ‘호색한’이란 붉은색 글씨가 선명히 찍히고야 말았다. ‘호색한’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여색을 좋아하는 사내란 뜻일 것이다. 얼마나 낭만적인 표현인가. 그러나 붉은 인주로 선명하게 드러난 그 글씨에는 ‘잡놈, 불한당, 치한’ 등등의 이미지가 진하게 농축되어 있었다.
“이런 걸 여권에 찍으면 어떡합니까? 이거 환장 하겠네.”
강준호는 뭐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공안들 중에서 한국말을 알아듣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들은 ‘호색한’이라고 붉게 도장이 찍힌 여권을 강준호의 코앞에 들이밀고 손짓 발짓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이걸 찢으면 말입니다, 당신은 한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고요? 우리가 출국증명 도장을 찍는 자리에 이걸 찍었단 말입니다. 그러니 이걸 찢으면 당신 나라에 되돌아 갈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중국 공안은 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요란하게 손짓, 발짓을 계속했다. 하지만 언젠가 말했듯이 그 행동은 ‘무예신보’에 수록된 장창, 죽장창, 본국검, 당파, 낭선, 쌍검, 월도… 등등의 18기 무술을 그림으로 표현한 동작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산전수전을 겪은 강준호라도 알아먹을 재간이 없었다.
“뭐라고요? 이까짓 거 확 찢어버리면 그만이지… 이걸 찍은 채로 쪽 팔려서 어떻게 귀국을 합니까?”
하긴, 성질나는데 무슨 짓인들 못할까? 그는 도장 찍은 공안을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말은 못 알아들어도 남이 제 욕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리는 법. 공안은 목소리를 한결 높여서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찢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슈. 하지만 당신네 나라에 귀국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오지도 못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골이 볐나요? 호색한을 다시 입국시키게?”
이걸 어떻게 손짓, 발짓으로 설명할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러니 공안의 손짓, 발짓이 점점 더 과격해질 수밖에.
“어이쿠, 저러다가 우리 강 프로 님… 맞아 죽는 거 아닐까?”
“글쎄 말이야, 성질 좀 죽이래도…”
강준호와 함께 마사지를 받았지만, 다행히 현행법으로 몰리지는 않았던 HY 훌 푸드 직원들, 소위 유호성 케어팀원들은 통유리로 차단된 옆방에서 취조실을 들여다보며 한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중국 공안도 민원을 의식해서인지 취조실 한쪽에 통유리를 설치하여 취조 장면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유리의 투명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공안은 끝끝내 친절하게 설명하는 중이었다. 다만 말이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유리창 밖에서는 엄청나게 두드려 패는 것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공안은 쌍수도, 혹은 수도혈법으로 강준호를 제압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걸 어찌해야 할까… 창밖의 HY 훌 푸드 직원들은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